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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김제동 하차'가 말해준 우리 사회의 숙제

예능인 김제동씨의 <스타 골든벨> MC 하차 문제가 사회적 논란거리로까지 비화되었다.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기 위해 제작진이 결정한 일이라고 KBS측은 설명했지만,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김제동씨 하차 결정에 대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미실 흉내를 내고 싶은 바보들’이라는 야유가 터져나왔고, 보수 성향의 언론들까지도 ‘허무 개그’와도 같은 옹졸한 처사라는 비판을 하기에 이르렀다.

KBS측의 해명과는 상관없이, 김제동씨의 하차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김제동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때 사회를 본 데다가 평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발언을 간간이 해왔었다. 그러다가 방송 활동에서 불이익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 했던 것은 다들 세상이 달라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전직 대통령 보내는 노제에서 사회를 보았다고….’ 그렇게들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의 순진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무척이나 냉혹하고 참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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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홈페이지

김제동씨의 하차 파문은 우리 사회의 통합 지수가 여전히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이념과 가치가 함께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로 변모한 지 오래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배척해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들이 공존하면서 사회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예능인의 사회 참여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하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그가 시민으로서 어떤 사회적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이유는 없다. 더구나 예능인의 사회적 활동을 평가하는 잣대가 정권의 코드와의 일치 여부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민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또 어떤 발언을 하든 간에, 자유롭게 방송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될 영역에서까지 사람의 사상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며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것은 인간에 대한 폭력이다. 웃음에까지 좌우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설마 하니 김제동씨 하차와 같은 일에 정권측의 영향력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하는 중도 실용, 정운찬 총리가 다짐한 사회 통합에도 배치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정권을 바라보고 일하는 인사들의 과잉 충성이 불러온 평지풍파였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해서 ‘김제동 하차 파문’에 대한 정권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정권만 바라보고 과잉 충성을 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을 책임은 결국 정권에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씨의 하차에 반발하는 많은 사람이 어디 방송사만 비판하고 말겠는가. 결국은 정권의 몫이고 책임이다.

이번에 있었던 ‘김제동 하차 파문’은 한 예능인의 문제를 넘어, 서로 다른 생각을 껴안지 못하고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하기에 퇴출당한 것은 김제동이었지만, 반성과 숙제는 우리의 몫이 되고 있다. 



* <시사저널> 1045호 시론에 “‘다름’을 배척하는 사회의 천박함”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