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점심 때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만났다. 그와의 인연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 실장이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을 때 태터앤미디어(TNM)가 블로거들과 함께 초청간담회를 가졌는데 나도 그 자리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2009년 3월에 가졌던 임태희 실장과 블로거들의 간담회
그때 무려 4시간여에 걸쳐 간담회를 가지며 당시 현안들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 임 의장은 우리들이 묻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한나라당 주류 정치인들과는 상당히 다른 얘기들을 많이 꺼냈다. 방송사 인사, 남북관계, 인터넷 게시물 규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전향적인 생각들을 내비쳤다. 그래서였는지,당시 나의 블로그 후기를 뒤져보니 그를 가리켜 ‘합리적 보수주의자’ ‘합리적 시장주의자’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주류 정치인들의 판에 박은 사고와는 다른 합리적인 사고가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청와대 김철균 뉴미디어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임 실장이 식사자리 한번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1년반 전 간담회를 가진 뒤 함께 식사 한번 같이 하기로 했다가 번번이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이루어지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임 실장이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서 1년반 만에 기약했던 만남이 성사된 셈이다.
식사 자리에는 나 이외에도 김철균 비서관, 그리고 다른 두 명의 블로거가 같이 자리를 하여 얘기를 나누었다. (다른 블로거의 이름은 내가 밝힐 권리는 없는 것 같아 소개하지 않는다)
그냥 식사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자리였기 때문에 서로 생각나는대로 얘기를 했다. 나는 천안함 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 지난 2년반 동안 청와대에서 대통령 말고는 보이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 임 실장도 이런 문제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지만 정치적 해석이 따를 수 있는 사안이어서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다. 자리를 마치고 인증샷. 실내 조명이 밝지않아서 영~
임 실장을 포함해 다들 뉴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자리를 했기에, 뉴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많이 얘기를 나누었다. 이미 임 실장은 청와대가 기존의 메이저 언론만 바라보고 홍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뉴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나는 기왕 하려면 일방적인 홍보가 아니라 더 과감하고 파격적인 방식의 실질적 소통을 할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청와대가 내걸고 있는 ‘공정사회’ 문제에 관한 블로거 초청 토론회 같은 것을 열고 이를 생중계한다면, 의미있는 소통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이명박 대통령도 조중동의 여론시장만 의식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 신문이나 인터넷 방송과의 회견같은 것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고, 임 실장도 큰 흐름에 있어서는 동의를 했다. 임 실장 도 뉴미디어 여론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뉴미디어에서의 소통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고민중인 것 같았다. 대통령실장이 변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반가왔다.
그냥 밥먹는 자리만은 아닌, 참석자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많은 얘기가 오갈 수 있었던 자리가 되었다. 자리를 마치면서, 만난 사실을 블로그에 공개해도 되겠느냐고 임 실장에게 물었고, 임 실장은 흔쾌히 응했다. 그리고 함께 블로그용 인증샷까지 남겼다. 블로그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투명한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 같아 반가왔다. 얼마전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초청한 저녁모임에 대한 후기도 미대사관 측의 동의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나는 블로그를 통해 이런 만남을 공개하는 것도 투명한 블로그 세상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독자, 특히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독자들 가운데서는 내가 대통령실장을 만났다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할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서로가 열린 자세로 상대의 얘기를 귀담아 들으려는 자세만 되어있다면, 대화와 소통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것은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며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본적인 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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