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성 대통령’이 이래저래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한때 잘나갔던 SBS 드라마 ‘대물’은 서혜림(고현정 분)이 여성 대통령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때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여성 대통령’은 우리 정치사회에서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브라질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집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가 승리하여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뭔가 한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그리고 이런 얘기가 나오면 아무래도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곤 한다. ⓒ Newyork Times
그러나 브라질 대선의 결과를 단순히 ‘여성’ 대통령의 탄생에만 주목하며 받아들인다면 이는 본질을 놓친 표피적인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새로운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점이 아니라 호세프의 당선이 갖는 정치적 의미이다.
AFP통신은 호세프의 당선을 가리켜 "마르크스주의 무장 게릴라가 세계 8위 경제대국의 대통령이 됐다"고 표현했다. 호세프는 열여섯살 여고생 때부터 총을 든 반정부 게릴라 출신이었던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 수감과 고문을 거치며 고초를 겪었으면서 이제는 지도자가 된 그를 가리켜 브라질 언론들은 ‘브라질의 철의 여인'으로 부르고 있다.
호세프의 당선은 브라질, 그리고 남미에서 좌파정치의 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남미에서는 12개국 가운데 9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지난 2003년 노동자당(PT)이 정권 교체를 이룬 이후 남미 좌파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룰라 대통령은 과감한 분배정책으로 빈곤층을 줄이고 중산층을 늘리는데 주안점을 두어왔다. 호세프 당선자도 당선 직후 "가난을 퇴치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다시 한번 공언했다. 그녀는 수백만명에 이르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사회 전체의 교육과 공공의료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룰라 정부의 주요 정책을 계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브라질 언론들은 호세프가 룰라 정부의 경제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석유산업 국유화를 통해 교육·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등 보다 좌파적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룰라의 영향력에 크게 의존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호세프가 어떻게 브라질의 빈부격차라는 숙제를 자신의 힘으로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외신들은 호세프의 당선에 대해 “룰라 대통령이 8년 동안 뚝심있게 펼쳐 온 빈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의 승리”라고 보도하고 있다. 호세프의 당선은 이러한 정치적 배경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가 승리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었던 셈이다.
따라서 브라질 대선의 결과를 놓고 막연히 ‘여성 대통령’의 탄생에만 주목하는 것은 표피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어떤 여성’이냐 하는 점이다.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따지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가치와 정책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냐 하는 것이다. 거기서 브라질 유권자는 좌파집권의 지속을 선택한 것이었다.
우리에게 있어서도 ‘여성 대통령’은 막연한 신드롬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오늘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좋은 정치인을 찾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브라질 대선결과를 보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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