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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구제역 재앙에 사과 한마디 없는 정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앞에서 정부가 사실상 속수무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오늘(6)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구제역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검역도 중요하지만 백신 확보 같은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음달 설 연휴 기간 동안 많은 인구 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치밀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침출수 문제로 지역 주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헛점이 없도록 신경을 쓰라고 주문했다. 구제역을 조기에 잡을 수 있는 대책이 아닌 원론적인 언급으로 일관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회의에서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위한 방역활동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으며 살처분 매몰 작업과 관련해 침출수 등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최선을 다하고 철저히 하자, 당연한 얘기이고 굳이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아니어도 나올 얘기들이다. 

결국 오늘 회의는 원론적인 의견교환 이외에 구제역을 잡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구제역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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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 (사진=청와대)

주무장관인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4"지금 구제역 발생 지역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2주일 간 방역을 잘 하면 구제역을 종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은 그러한 기대섞인 전망을 비웃고 있다. 구제역 파동은 한 달여를 넘기면서 충북.경기.강원을 거쳐 충남까지 번지면서 경남과 전남.,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구제역 피해가축도 한우에서 돼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5일 자정까지 파악된 구제역 백신 접종대상 지역은 전국 7개 시.55개 시.군으로 늘었고, 접종 대상도 4143농가의 소 989293마리로 증가했다. 그러나 백신의 접종 시기를 놓쳐서 접종 대상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접종의 효과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물량공급도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사육중인 돼지가 1천만마리, 소는 300만마리인데, 백신접종으로 어디까지 구제역을 차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5일까지 파악된 살처분 대상 가축 두수는 모두 948364두로, 이 정도면 가히 재앙적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올만도 한 상황이다. 그러나 오늘 긴급관계장관회의의 결과가 그러하듯이 재앙적 구제역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은 여전히 안이하게만 비쳐진다. 

구제역이 지금같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된 것은 당국의 무사안일에 따른 초동방역 실패 때문이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1123일 안동에서 첫 구제역 의심 신고가 있었으니 이를 방치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진 것이다. 그 이후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역시 구제역 차단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지경인데도 책임장관인 유정복 장관은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고, 2주일간 방역을 잘하면 구제역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근거모를 낙관론만 말하고 있다. 연평도에서 구멍뚫린 안보를 드러냈던 이명박 정부가 이를 응징하겠다고 거기에만 매달린 사이, 더 심각한 민생의 구멍이 뚫리는 상황이 야기되고 만 것이다. 그 책임을 통감할 법 하건만, 대통령도 주무장관도 국민들에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쩔 도리 없다며 바이러스 탓만 하면 과연 되는 것인가. 매사가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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