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성 행보는 어디까지 갈까.
근래 들어 오세훈 시장은 자치단체장이라는 행정가라기보다는 정치가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무상급식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의회와의 대결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정적인 신문광고, ‘무상급식 망국론’의 유포, 무상급식 조례에 대한 공포거부, 공포된 조례에 대한 집행거부 등의 행동을 취해왔다. 룰에 따른 합리적인 시정운영보다는 정치적 선동과 직무이행 거부같은 투쟁적 방식에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오 시장도 그에 관해서 자신의 의견과 소신을 밝힐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오 시장이 보여온 모습은 그러한 선을 넘어 무상급식 문제를 갖고 정치투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하다가도 일단 의회에서 의결이 되었으면 그에 승복하고 집행하는 것이 의회주의의 대원칙이다. 오세훈 시장 블로그
그러나 최근 오 시장은 단지 서울시장의 입장에서 무상급식 정책에 반대하는 정도를 넘어 자신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차기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보수진영의 지지를 얻고 대표성을 획득하기 위해 강한 정치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시선을 받고 있는 오 시장이 어제(8일) 밤 민주당의 ‘망국적 복지 포풀리즘’을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오 시장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시리즈의 행진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주십시오”라는 이 글에서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전면무상급식의 목표는 결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말씀인 ‘인격적 차별’이 없는 사회가 아닙니다. 전면무상급식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중학생 이하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의 ‘표’입니다”라고 주장한다. 이어 “나랏돈으로 생색을 내면서 30~40대 표심을 공략하려는데, ‘자녀양육수당’으로 가자니 일본 따라하는 티가 너무 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면무상급식입니다. 게다가 ‘아이들 밥 좀 먹이자는데 뭐가 문제냐’고 선동하며, 따뜻한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정책으로 내년 선거를 치르겠다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말씀은 무차별 복지 포퓰리즘의 전면 등장을 예고하는 정치적 수사의 극치입니다.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명목은 달콤한 선동일 뿐,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진실을 직시하셔야 합니다”라며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의 복지정책을 ‘선동’이라고 비난한다.
더 나아가 오 시장은 민주당의 최근 발표한 ‘무상의료 정책’까지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민주당이 보란 듯이 제2탄 격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다시 말해 ‘무상의료’ 정책을 들고 나왔더군요. 이어서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도 시리즈처럼 줄줄이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가슴 깊이 새겨야 합니다. 무리한 복지 포퓰리즘에 의해 GDP의 200%에 달하는 장기 채무 잔고를 떠안은 일본의 경우가 우리의 일이 되지 말란 보장은 없습니다.”
물론 민주당이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재원마련의 현실성에 대한 검증과 정책적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장이 이렇게 선동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복지광풍’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정치적 비난에 나서는 것은 극히 부자연스럽다.
이제 오 시장의 정치적 투쟁 대상은 무상급식을 주도한 서울시의회가 아니라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그의 관심이 어디에 가있는가를 충분히 읽게 해주는 장면이다.
오 시장은 글의 마지막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 선거를 위해 저들이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오는지를, 그 깊은 속내를 꿰뚫어 봐주십시오. 그리고 국민들의 눈이 얼마나 매섭고 엄중한지를 깨닫게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을 ‘저들’이라고 표현하며 ‘시민’도 아닌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오 시장의 글을 읽노라면 이미 대선에 뛰어든 후보의 글을 읽는 느낌이다.
오 시장이 여소야대의 서울시의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그리고 야당의 ‘복지 포퓰리즘’을 상대로 정치적 투쟁을 벌이겠다면 더 이상 서울시장 자리에서 그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즉각 시장직을 사퇴하고 하는 것이 옳다. 도를 넘어서는 오 시장의 정치성 행보를 보노라면 그가 서울시장으로서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든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든지 양자택일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의 노골적인 정치행보를 시민들이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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