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치러지는 김해을 선거에서 유력한 야권 후보로 거론됐던 김경수 봉하마을 사무국장이 어제(16일) "꽃보다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물론이고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같은 친노 진영의 원로급 인사들도 그의 출마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져, 김 국장의 불출마 선언은 적지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당초 출마의사가 없다가 주변의 설득으로 출마를 고민하던 김 국장이 다시 불출마선언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의 출마가 자칫 야권 분열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불출마선언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판단했을까 반문해 봤습니다"라며 자신의 고민을 토로했다. 그의 말이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 유성호
“... 제가 출마해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싸움의 불쏘시개로 쓰이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이셨으면 어떻게 판단하셨을까 반문해 봤습니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범민주 진영이 꼭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부터 마음이 합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나서는 게 선거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나서지 않고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선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꽃'이 되기보다는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야권분열을 우려하는 그의 충정을 읽을 수 있는 불출마의 변이다. 김 국장의 불출마 선언은 국민참여당이 이봉수 후보를 확정한 상황에서 자신이 출마할 경우 친노 세력이 분열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사실 김해을 선거에서, 문재인 변호사가 출마를 고사한 상황에서, 김경수 국장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상징성과 경쟁력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고 있는 인물이다.
우선 김 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곁에서 봉하마을을 지키며 노 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상황에서도 그는 봉하마을을 지켰다. 4.27 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한 서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뜻을 대신해서 물을 수 있는 적임자이다. 또한 김해을 지역의 유권자들도 김 국장의 그같은 위치를 알고 있기에 후보로서의 경쟁력에 있어서도 강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한나라당에서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를 출마시킨다 해도 해볼만한 후보감으로 판단된다. 동시에 그가 후보로 출마할 경우 야권연대에도 순기능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런데도 상황은 정반대로, 김 국장의 출마가 야권분열로 이어질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는 결국 불출마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국민참여당이 후보를 확정해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이 지난 해 7.28 재보선때 다음 선거에서는 다른 야당에게 양보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며 국민참여당 후보로의 단일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그같은 요구가 김경수 국장같은 경우에게도 적용되었어냐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김해을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의 후보가 승리하느냐가 아니라, 야권연대를 통한 승리가 가능할 것이냐에 있다.
그렇다면 국민참여당은 김 국장의 출마를 포기시키면서까지 자기 당 후보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라도 김 국장도 출마시키고 야권연대도 성사시킬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옳았다. 김 국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가는 것에 국민참여당이 끝내 동의할 수 없었다면 무소속 야권단일후보로 추대하는 방안도 있었다. 물론 그럴 경우 민주당도 김 국장이 반드시 자기 당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는 것을 고집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진전되지 못했고, 김 국장은 출마를 포기했다. 김해을 선거에서 상징성과 경쟁력 면에서 가장 앞선 야권후보가 출마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이 무슨 바보같은 상황인가. 김해을 선거가 중요하다고 다들 한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야권은 스스로 반대의 길로 가는 모습이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이 김해을 선거에서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많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야권은 김해을 선거 후보 문제를 원점에서 재론하고 김경수 국장이 야권연대 속에서 출마할 수 있는 방안을 이제라도 강구하는 것이 옳다. 우선 국민참여당은 자기 당의 후보를 고집하는 당리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민주당도 김 국장을 무소속 야권단일후보로라도 추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야권의 각 정당들은 김 국장이 야권분열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고 마음을 바꾸어 한판 승부의 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켜 주어야 한다.
국민들이 다들 지켜볼 김해을 선거에서 이 무슨 납득못할 상황이란 말인가. 김해을 선거 후보문제에 대한 야권 당사자들의 재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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