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전인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이 또 하락했다. 2월 2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2월 셋째 주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당선인이 당선인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둘째 주 조사에서 같은 응답이 49%였던 것과 비교하면 5%포인트 떨어진 수치이다. 박 당선인의 이같은 지지율은 취임 직전 지지율로서는 매우 저조한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직후 지지율로 보면 김영삼 71%, 김대중 71%, 노무현 60%, 이명박 52%였으니, 박 당선인의 경우 그 가운데서 가장 저조한 지지율이라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의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것을 보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인사 잘못 및 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 항목(5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민 소통 미흡” 항목(12%), “공약 실천 미흡”(10%) 등이 그 다음으로 뒤를 이었다. 대체로 일반의 정서에 부합되는 내용들이다. 그동안 반복된 인사에서의 실패 혹은 난맥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크게 추락시켰다. ‘고소영’ 대신 ‘성시경’ 인사가 등장하면서 대탕평 인사의 약속은 사라져버렸고, 관료출신과 법조인을 선호하는 인사스타일은 결국 일하기 편한 사람을 우선하는 기준으로 해석되었다. 책임총리제나 책임장관제에 대한 기대도 다 사라져버렸다. 국민대통합의 약속은 간 곳 없이 보수편향의 인사가 계속되었다.
그런가 하면 박 당선인 주변에서 Mr. 쓴소리들이 사라져버렸다. 김종인, 이상돈, 안대희... 대선 이전에는 박근혜 당선인 주변에서 그나마 쓴소리를 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보이지를 않는다. 그대신 박 당선인 가장 가까운 곳에는 친박 복심들이 포진했다. 이제 그의 주변에서 직언을 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결정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생각할 때, 그의 잘못된 판단에 제동을 걸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현실은 국가운영에서 대단히 위험한 환경을 의미한다. 청와대라는 섬에 떨어져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의 ‘예스맨’들로부터 민심을 제대로 전해들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의 기조 또한 대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도를 향했던 정책기조는 사실상 사라지고 보수로의 회귀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팀은 성장론자들로만 채워졌고 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라는 표현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결국 그 요란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선거용에 불과했던 것이고 성장우선 경제정책으로 돌아갈 상황에 놓여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대북강경론자들이 포진한 외교안보라인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이행의지를 이심하게 만들고 있다.무엇보다 박 당선인이 첫 인사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중시한 장면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낳을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과거 시대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가 생겨난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은 야당이나 반대자들이 일부러 만들어내거나 해서 생겨난 것들이 아니다. 대부분이 박 당선인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렇게 간다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박근혜 정부의 어려움이 일찍 닥쳐올 것 같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저조한 지지율이 그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장차 박근혜 정부에 위기가 닥쳐온다면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박 당선인 자신의 문제로부터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 박근혜의 대결에서 결국 박근혜가 지고 있다. 박 당선인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5년의 전철을 밟게될 뿐이다. 취임식 직전에 덕담보다는 이런 소리를 해야하는 마음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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