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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 혁신의 당면과제

* 1월 31일 민주당 전직 의원 모임인 민주헌정포럼 주최 민주당 혁신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1. 시작하는 말

국민 다수의 정권교체 열망을 받들지 못하고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4.11 총선에서 이어 새누리당에게 거듭해서 승리를 안겨주고 있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함 혹은 분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40여일이 지나도록 무엇 하나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제대로 된 행동을 한 것이 없다. 그동안 있었던 것은 계파간의 갈등, 그리고 문제의 핵심을 우회하는 지리하고 의례적인 대선 평가 작업들이었다.

비대위가 구성되었고 대선 평가와 당 혁신 설계가 시작되었지만, 오늘의 민주당을 낳은 근본 문제가 제대로 짚어지고 해결되지 않는한 민주당의 새로 태어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2. 혁신을 말하기 전에 책임정치부터

대선 패배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당. 그것이 지금 국민의 눈에 비치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이다. 이길 수 있었던 선거에서 패배하여 정권교체를 무산시킨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가볍게 여기는 민주당의 모습은 4.11 총선 직후 보였던 모습의 재판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당권을 갖고 지난 대선을 주도했던 친노 주류 세력은 대선 패배에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위치이다. 일단은 당권을 놓고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치적 도리이다. 그러나 민주당내 주류세력은 여전히 당권을 놓으려는 의사가 없어 보인다. 책임정치를 모르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후보의 모습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에서 패배한 어느 유력 후보가 그렇게 빨리 공개적인 행보를 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보이려 한 일이 있었던가. 정권교체 무산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역구민과의 약속으로 묻고 가려는 모습은 18대 대선 패배의 의미를 그가 못읽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갖게 만든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거부함에 따라 민주당의 앞길이 꼬이고 있다. 환골탈태의 결단이 자리해야 할 자리에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계파 간의 갈등만이 자리하고 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우리가 아니면 민주당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우리보다 더 나은 세력이 누가 있는가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그것은 독재정권이 장기집권을 정당화할 때 사용했던 논리이다. 자리를 비우면 곧 채워지게 되어있다. 그 자리를 새로 채운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그것대로 하면 되는 별개의 문제이다.

문재인 전 후보는 이제라도 의원직 사퇴를 통해 정권교체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이다. 또한 4.11 총선 혹은 18대 대선 패배에 무거운 책임이 있는 여러 인사들은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 혁신의 첫걸음은 정권교체 실패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책임정치의 기본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정당에서 무슨 혁신이 가능하고 새로 태어나기가 가능하겠는가.


3. 당권교체가 가능한 정당

민주당의 근본문제는 여당을 상대로 해서는 번번이 지는 세력이 당내에서는 계속 이기는 세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민주당을 만년야당의 처지로 만들고 있으며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을 항구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민주당의 지금 질서가 무너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2014년 지방선거도 2016년의 총선도 새누리당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장기집권의 시대를 구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책임정치가 구현되지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당권경쟁을 통한 당권교체의 가능성도 희박한 민주당의 상황은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당내에 계파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계파간 혹은 세력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당권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현실은 계파간 혹은 세력간의 공정한 당권경쟁도 어렵고 그에 따라 당권의 교체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에게는 계속해서 패배하고 있는 계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당권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이 그것이다. 사실 이는 정치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다.

민주당의 주류세력은 그동안 얼굴만 바꾸는 식의 대응을 통해 자신들의 당권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선거에서 여당에게 계속해서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이 안고 있는 지지층의 한계를 객관적으로 읽지못한채 기득권 유지에만 집착하며 욕심을 부린 결과이다. 2012년 대선의 패배는 민주당내 주류세력의 이러한 기득권 유지 욕심이 초래한 재앙이었다.

이는 단지 민주당내 계파간의 문제가 아니다. 야권의 지형에 있어서 지는 구조가 영속화되는 문제이다. 지는 구조를 해체시키고 이기는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특정 계파의 당권유지가 항상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 먼저 무너져야 한다.


4. 모바일투표제는 폐지되어야

이러한 과정에서 현행 모바일투표의 폐지 요구가 제기된다. 모바일투표는 당원투표가 갖는 한계를 넘어 국민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고 경선의 흥행효과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도입되었고 지난 두 차례의 전당대회, 그리고 대선 후보 경선에서 시행되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시행결과, 성과보다는 그 폐해가 집중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모바일투표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 현상을 막을 수 있도록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때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시행되는 모바일투표는 민심과는 괴리된 모바일심에 의해 경선 결과가 좌우되게 되어있다. 모바일심이라는 것이 국민 일반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되지못하고 보다 조직화되고 네트워크화된 계파의 일방적 우위를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당의 대표를 결정하는 당대표 경선이 모바일투표 결과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소한 당의 대표는 당원들의 의사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당원들이 당의 진로를 결정짓는 당원민주주의의 기본이다.



5. 진영논리의 극복

또 하나 민주당의 당면 혁신과제로 진영논리의 극복을 들 수 있다. 민주당은 4.11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전적으로 진영논리에 의존하다시피 했다. 이는 선거구도 전체에 걸쳐 나타났고, 정책노선-선거캠페인-지지층의 문화 등을 통해 일관되게 반영되었다. 총선과 대선에서 반복해서 사용된 정권심판론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이어 전통적 진보노선에 충실한 정책공약들이 제시되었고 지지층의 결집을 우선하는 선거운동 방식이 선택되었다. 지지자들은 그들대로 진영논리에 충실한 지지층의 문화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선거를 자신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어느 진영에도 고정되어 있지않은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실패한 결과로 이어졌다. 총론적이고 틀에 박힌 진보정책들은 박근혜 후보의 생활밀착형 공약들에 뒤졌고, 노란색 물결의 광화문 대첩은 결코 비민주당층의 표를 더 얻어내기 위한 유세가 아니었다.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계속되고 있는 열혈 지지층의 공격적 문화는 중도층을 쫓아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동안 지지층 결집을 우선하며 선거 때마다 등장한 진영논리는 이제 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50대 이상 유권자의 비율이 계속 늘어가는 사회환경의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진영논리를 고수하는 방식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이분법적인 진영논리로는 미래의 변화를 선도할 정치적.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나 과연 현재 민주당 구성원들의 틀과 사고를 갖고 과연 진영논리를 넘어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이 진영논리조차도 그들에게는 손쉽게 야당권력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득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6. 마지막 말

민주당은 이제 자기의 힘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다. 여기서 미봉적인 수준의 처방으로 새로 태어나기에 실패하면 더 이상 미래는 없게될 것이다. 그 때는 안철수 신당이든 무엇이든, 외부의 충격에 의해 민주당이 분해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특정 계파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집착하다가 그같은 공동의 재앙을 맞을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민주당의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더 이상 지는 야당이 아니라, 이제는 이길 수 있는 야당으로 민주당이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느냐,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국민들은 그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