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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KBS의 세종시 보도, MBC SBS와는 달랐다

어제 밤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는 세종시 수정안 발표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국가적 현안이고 커다란 정치적 파장과 논란을 낳고 있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KBS 9시 뉴스의 세종시 보도는 단연 압권이었다. KBS 뉴스는 MBC나 SBS 뉴스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보이며, 역시 KBS는 다르다는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다. 어떠했길래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KBS 9시 뉴스는 세종시와 관련하여 모두 11꼭지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1. 세종시 ‘교육과학 중심 경제 도시’ 확정 
2. 삼성·한화 등 대기업 ‘차세대 기지’   
3. 정부 “아시아 실리콘 밸리로 키우겠다” 
4. 세종시 수정안, 원안과 다른 점은?  
5. 미리보는 2020년 세종시 완공 모습 
6. 숨가쁜 4개월…앞으로의 과제는?   
7.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 충청권 대립 격돌
8. 지자체 반응 엇갈려…‘찬밥 신세’ 우려?  
9. ‘세종시 수정’ 국회 법안 처리 첩첩산중   
10. 이 대통령 “세종시 정치 현안 아니다”
11. 정운찬 총리 대담- 세종시 수정안 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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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9시 뉴스 화면 Ⓒ KBS 홈페이지

보시면 알겠지만, 대부분이 정부의 설명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물론 KBS라고 진단성 기사를 아예 안내보낸 것은 아니다. ‘숨가쁜 4개월…앞으로의 과제는?’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 충청권 대립 격돌’ ‘지자체 반응 엇갈려…‘찬밥 신세’ 우려?‘ ’‘세종시 수정’ 국회 법안 처리 첩첩산중‘ 꼭지가 그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정말 절묘하다. 어느 꼭지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비판 목소리로만 구성되어 있는 리포트가 없다. 충청권에서도, 정치권에서도, 지자체에서도 찬반이 격돌하거나 엇갈린다는 보도이다. 하나같이 물타기이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비판의 여론은 희석시키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일관되게 의도된 보도방식이다.

물론 실제로 상황이 그러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균형있는 보도이다. 그런데 실제로 상황이 그러한가. 충청권에서 찬반 여론이 격돌한다고 보도하는 것이 과연 사실보도인가, 아니면 왜곡보도인가.

더욱 낯간지러운 것은 정부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멘트들이다. 몇가지만 소개한다.

<삼성·한화 등 대기업 ‘차세대 기지’> 
“삼성과 한화 등 5개 기업은 세종시에 차세대 산업기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미래 기술의 경연장이 될지 주목됩니다.“ (앵커)

<세종시 수정안, 원안과 다른 점은?>
“'세종시 수정안'은 자족기능을 크게 보완했고, 개발 완료 시점도 10년 앞당겼습니다.” (앵커)

<미리보는 2020년 세종시 완공 모습>
“정부는 2020년 완공될 세종시의 모습을 미래 신성장과 산-학-연이 어우러지는 자족형 명품도시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태서 기자가 비디오월을 통해 설명해드립니다.” (앵커)
“보신 것처럼 10년 후의 세종시 모습은 국내 어느 대도시에 비교해 봐도 부럽지 않은 인구 50만의 자족형 명품도시가 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기자)

<이 대통령 “세종시 정치 현안 아니다”>
“세종시를 정치적 관점으로 봐선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앵커)

어제 MBC나 SBS의 세종시 보도가 어떠했는지를 비교해보면 KBS 뉴스의 편향보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MBC 뉴스데스크는 모두 11꼭지를 내보냈다.

1.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  
2. 세종시 수정안, "50만 자족도시 건설"
3. 세종시 쟁점, 정운찬 총리에게 듣는다  
4. 靑-정부, '세종시' 여론 설득 총력전
5. 충청권, 세종시 격렬한 반발 
6. 여당,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내분 격화 
7. 야당, 세종시 수정안 '결사 저지' 
8. 세종시 입주기업, 첨단·친환경으로  
9. 세종시에 고대·카이스트 입주‥서울대도?  
10. '5+2 광역경제권' 흔들린다
11. 세종시 예산 문제없나?

역시 전반부는 정부의 발표와 설명을 전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진단성 리포트에 가서는 충청권의 반발, 야당의 반대, ‘5+2’ 개발의 수정에 대한 우려, 국민 부담 가중의 우려 등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정부의 설명, 그리고 기자들의 눈을 통한 진단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었다.

SBS 8시 뉴스도 그러했다. SBS 뉴스는 모두 16꼭지를 내보내며 가장 심층적인 보도를 했다.

1. 세종시, 부처 이전 백지화…"첨단 경제도시로"
2. 16조 5천억원 투자 '원안의 2배'…"투자 유인책"
3. 삼성 포함 5개사 입주 확정…투자액 4조 5천억    
4. 세종시 거점 과학벨트…"아시아 실리콘밸리로"    
5. 고대·카이스트도 간다…"글로벌 교육도시 육성"    
6. 하늘에서 본 세종시…"공사 진척도, 20% 가량"    
7. 2시간 이내 '사통팔달'…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    
8. 수정안 성패, 민심에 달렸다…국민 설득 총력전    
9. 친박 "이명박 '대못' 생겼다" 비판…내홍 '격화'    
10. "수정안은 껍데기"…야당, '삭발·총력투쟁' 선언    
11. 고향 내준 이주민들 "싸늘"…'여론 향배' 주시    
12. "역차별 없다더니.."…꼼꼼히 뜯어보니 다르네    
13. '원가 이하' 토지 공급…국민 추가부담 없을까?    
14. 법 통과 '첩첩산중'…"6월 지방선거 넘길 수도"    
15. "2차례 헌법소원"…우여곡절 세종시 논란 '8년'    
16. 정운찬 총리 대담 "삼성-롯데와의 '빅딜설'은.."    

SBS 역시 전반부는 정부의 설명을 중심으로 보도한 뒤, 후반부에서는 친박의 비판, 야당의 반대, 충청지역의 싸늘한 반응, 국민 추가 부담의 우려 등을 전했다. 특히 뉴스를 시작하면서 앵커가 “오늘 8시뉴스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의 내용과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각계 각층의 여론도 가감없이 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각계각층의 여론이 가감없이 전해진 것으로 보였다.

결국 MBC와 SBS의 균형보도와는 달리 KBS만은 정부의 설명은 충실하게 전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물타기를 하는 편파보도를 한 셈이다. 이러니 정부가 KBS 시청료를 올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않을 수 있겠는가.

세종시 정국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부가 여론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기에 앞으로 언론보도가 어떻게 될지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언론들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각자의 판단이 무엇이든간에, 우선은 여론을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전하는 것이 책무이다. 11일 밤의 KBS 뉴스와 같이 문제점은 덮고 여론은 가감해서 보도한다면 국민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