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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KBS 시청료 2배 인상이 어림없는 이유

KBS 시청료 인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모양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일, KBS 시청료를 상식선에서 인상할 것이라며 월 5∼6천원이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BS의 변신이 기특한 최 위원장에게는 시청료를 두배 이상 올리는 것이 상식적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갖고 있는 상식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 내야하는 2천5백원의 시청료도 아까와 죽겠는데, KBS가 뭘 잘하고 있다고 시청료를 두배 넘게 올리겠다니, 나의 상식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병순 사장에 이어 김인규 사장이 들어선 KBS는 새해 들어 정권홍보 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요즘 KBS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보면 새해를 맞아 정권의 치적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그래도 이병순 사장 시절에는 뼈있는 내용을 한줄이라도 집어넣으려는 기자들의 몸부림 흔적같은 것이라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5공 시절의 정권홍보 방송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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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청료 납부 거부를 선언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권우성

오죽하면 박원순 변호사가 KBS 뉴스를 가리켜 “우리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고 깔보는 보도”라며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땡전뉴스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라고 말했겠는가.

이런 마당에,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한 KBS에 우리가 시청료를 납부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지금의 시청료를 두배 넘게 인상하겠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우리가 바보인가. 시청자들을 얼마나 깔보길래, 지금과 같은 낯뜨거운 정권홍보 방송을 내보내면서 시청료를 올리겠다고 하는 것인지. 우리가 시민의 힘, 시청자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KBS 시청료 인상이 가시화된다면 우리는 이를 KBS 시청료 거부운동의 기폭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시민의 힘으로 KBS를 바꾸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벌써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이렇게 선언했다.

“그래서 나는 새해 벽두.
이렇게 결심하였다
앞으로 KBS는 일체 보지 않겠다고
그러니 시청료는 내지 않겠다고
보지도 않는 방송의 시청료를 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모든 국민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공동의 행동을 취할 것을 요청드린다“

그리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나팔수 KBS'를 위한 수신료 인상,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조중동 종편'을 밀어주겠다는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정권이 끝내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려 한다면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제2의 시청료 거부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필자 또한 같은 마음이다. KBS가 국민의 돈을 더 받아내서 정권홍보 방송을 만들겠다는데 어떻게 거기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수많은 시민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만약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끝내 KBS 시청료를 인상하려 한다면, 본격적으로 시청료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시민들의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시청료를 거부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불편함들은 있다. 현재 KBS 시청료는 한전 고지서와 함께 나오기 때문에 한전에 전화를 걸어 TV를 보지 않으니 시청료를 안내겠다고 통보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KBS 측의 방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개인으로서는 다소 불편한 과정일 수 있지만, 시민들이 뜻을 모아 한 백만명 정도가 한전에 전화를 걸어 시청료를 내지않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까.

또한 KBS 시청료 납부와 관련된 불합리한 방송법 조항들에 대한 개정운동도 함께 필요해 보인다. KBS가 정권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라면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우리가 바보가 아님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KBS 시청료의 부당한 인상은 우리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여, 정권과 KBS 간의 속보이는 논공행상을 막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