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동혁이 형’까지 걸고 나섰다. 요즘 샤우팅 개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콘 봉숭아학당의 ‘동혁이 형’. 그런데 이 ‘동혁이 형’이 보수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보수단체인 방송개혁시민연대(방개련, 방개혁)은 어제 논평을 통해 장동혁이 KBS <개그콘서트>에서 연기하고 있는 ‘동혁이 형’ 캐릭터에 대해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선동적 개그로 개그를 그야말로 개그로만 볼 수 없게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동혁이 형의 샤우팅에는 제도와 원칙을 무시한 대중적 선동적 언어가 난무한다”라며 “국민은 항상 피해자이고 정부와 기업은 가해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동혁이 형’은 그동안 사회적 문제나 비리에 대해 속시원한 말을 쏟아내어 시청자들로부터 “뉴스보다 더 낫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교육비리, 호화 신청사, 지나치게 비싼 커피 값,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 비싼 휴대전화 요금 등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이 ‘동혁이 형’ 개그의 소재였다. 개콘이 방송되고 나면 ‘동혁이 형’ 이 했던 말이 곧 바로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현상까지 생겨났다. 오랫만에 사회풍자 개그를 보는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이었다.
그런데 이 보수단체는 웃자고 만든 사회풍자 개그조차도 용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나선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단체는 지난 2월에도 같은 개콘의 <남보원> 코너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나선 바 있다. “남녀차별이라는 가벼운 소재를 의도된 정치적 프레임에 끼워 넣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머리띠와 조끼를 입고 민주노총 조합원의 이미지를 풍기는 황현희, 북을 두드리는 사무직 노동자 분위기의 최효종,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로 분한 박성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보수단체들의 공격은 이미 MBC <무한도전> 비판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앞에 거론한 방개련만 하더라도 “무한도전 프로그램에서 의도적, 상습적인 정치구호 PPL로 오락프로를 정치화 한 것에 대해 김태호 PD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 보수단체들은 <무한도전>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색깔론을 덧씌우는 모습을 보였다.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로 모자라 이제는 예능프로그램 손보기까지 주장하는 보수단체들의 주장은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나면 방송사나 방통위 같은데서 공론화되는 수순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그냥 일개 단체의 주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후 조치가 따르는 경우를 보아왔기 때문에, 이번 '동혁이 형‘에 대한 비난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과연 입바른 소리를 해온 ‘동혁이 형’은 개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슬퍼런 보수단체의 목소리에 ‘동혁이 형’이 위축이나 되지는 않을까.
이 장면을 보고 ‘동혁이 형’은 뭐라고 할까.
“대한민국 누구보다 샤우팅을 사랑하는 동혁이형이야. 오늘은 짜증나는 보수단체 이야기 좀 해야겠어.
보수단체들이 요즘 방송계를 흔들어놓고 있어. 시사프로그램만 갖고 그런게 아니야. 이제는 예능프로그램까지도 손보려 하고 있단 말이야.
방송이 밥이야? 풍자 개그 하나 못하고 벌벌 기어야 돼?
이건 아니잖아. 자유롭게 풍자하고 웃을 수 있도록 제발 그냥 놔두란 말이야.“
내가 ‘동혁이 형’이라며 이런 소리가 입에서 나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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