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아프리카 TV 생방송을 시작하고 채팅방을 열었더니 떠들썩했다. 아프리카 TV가 데프콘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시사방으로 유명한 ‘망치부인’ 방송에서는 데프콘의 신곡에 대한 규탄이 진행중이고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있다고 시청자들은 전해주었다. 확인해보니 그 시간 현재 데프콘의 신곡 ‘그녀는 낙태중’은 포털 검색순위 상위에 올라있었다.
내 방송을 듣기 위해 찾아온 시청자들은 일부 여성 BJ(Broadcasting Jockey)들에게도 문제는 있지만, 데프콘의 가사는 지나쳤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여성 BJ들을 매도하여 그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노래인데 논란이 되는 것인지, 아프리카 방송을 끝낸 뒤 들어보았다. 시청자들이 지적한대로 일단 가사는 너무 심했다. 너무 적나라한 용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노래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가리지않고 그대로 소개한다.
I kill my body and soul
이제 무뎌진 내가 싫다
I kill my body and soul
어차피 내 인생은 씨발인걸
아픈 배를 움켜쥐고 잠을 자
더러워진 내 몸의 상처는 언제쯤 아물까
눈을 뜨면 다시금 담배를 잡는다
혼자서 익숙하게 미역국을 담는다
그녀는 올해 낙태만 벌써 두 번째
거쳐간 사내새끼들은 셀 수 없네
그녀는 잘 나가는 인터넷 BJ
Talker 들은 몰라 원래 이런 애인데
화장을 떡칠하고 벽지를 꽃칠하고
오빠들 보시라고 싸구려 똥꼬치마로
실수를 가장한 그 팬티 보여주기란
명품백을 위한 현실의 아픔인가
익숙해진 임신 앞에 첫마디가 씨발
필받아서 콘돔을 뺀 새끼도 씨발
부랴부랴 헤드셋을 챙긴 채
오늘도 씨발놈의 풍선을 또 땡기네
데프콘은 이전에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적나라한 가사를 거침없이 사용하여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그의 음악 스타일이 원래 어둡고 거칠은데서 나오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신곡 역시 여성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 방송의 여성 BJ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그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데프콘은 노래를 시작하면서 “이것은 실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소설같은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녀는 잘 나가는 인터넷 BJ‘라고 적시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 BJ들의 실상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랴부랴 헤드셋을 챙긴 채 오늘도 씨발놈의 풍선을 또 땡기네"라며 여성 BJ들의 행태를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풍선‘이란 아프리카 TV에서 자발적 시청료라 할 수 있는 ’별풍선‘을 가리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데프콘의 이 노래는 아프리카 TV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여성 BJ들을 가리킨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글쎄, 데프콘의 노래 가사처럼 아프리카 TV 여성 BJ들이 실제로 그렇게 타락한 모습이라면 그 실상을 고발하는 노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데프콘이 노래하고 있는 여성 BJ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나도 얼마 전부터 아프리카 TV를 통해 시사방송을 하고 있기에, 그 실상을 조금은 아는 편이다.
여성 BJ들의 선정성은 데프콘이 노래하고 있는 정도는 아니다. 물론 여성 BJ들에게 있어서 다소의 노출은 있지만, 쉽게 말해 소녀시대가 짧은 반바지 입고 공중파에 나와 춤추고 노래부르는 수준을 결코 넘어서지 않는다. 일부 여성들이 가끔씩 일어나서 춤을 추는 방송들이 있지만 법적 윤리적으로 그렇게 논란이 될 방송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여성 BJ의 지나친 노출이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규제와 자정 노력에 따라 별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실제 상황은 그러한데 데프콘은 여성 BJ들을 타락한 인생의 전형인양 노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혀 그렇지 않은 많은 여성 BJ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사람들에게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는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데프콘의 이런 노래가 현실을 왜곡하고 과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과 과장이 인터넷 방송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고, 나아가 인터넷에 대한 또 다른 규제의 칼들 들도록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동아일보>가 아프리카 TV의 별풍선제도에 대한 비판기사를 실으며 데프콘과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에 대해 내가 반박을 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인터넷방송 선정성 비판, 동아일보의 적반하장’)
음악을 한다는 사람이, 그것도 힙합이라는 새로운 음악을 하는 가수가 문화적 다양성을 좀더 존중해주면 안되는 것일까. 아프리카 TV에서 상위권에 있는 여성 BJ들을 보면 단지 노출을 하고 춤춘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인기 BJ가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름대로의 끼가 있고 재주들이 있고, 저마다의 콘텐츠가 있다. 자기의 잣대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을 모두 ‘별창녀’ 취급하며 매도하는 것은 너무도 고루한 발상이다.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을 최대한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아쉽다는 것이 데프콘의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든 생각이었다. 음악을 하는 데프콘이 시사평론을 하는 나보다 더 고루해서야 되겠는가.
내가 정말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은 여성 BJ들의 그리 특별하지 않은 방송이 아니라, 데프콘의 아주 낯뜨거운 노랫말이었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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