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아프리카 TV라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있다. 누구든지 가입해서 개인방송국을 만들면 간단한 설치과정을 거쳐 인터넷을 통해 개인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참으로 매력적인 방송이다. 나도 40여일 전부터 아프리카 TV에 개인방송국을 개국하고 매일 밤 11시에 생방송을 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동아일보>가 이 아프리카 TV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별풍선 날려준다면…”-모니터속 10대들 아찔한 유혹>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인터넷방송 일부 BJ들… 심야 선정적 생방송 논란> <“인기 BJ 수억 번다더라” 청소년 ‘용돈벌이’ 너도나도> 같은 부제를 달고 있었다. 아마 제목과 부제를 보시면 기사 내용을 일일이 소개해드리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듯하다.
아프리카 TV에는 별풍선제도가 있다. 일종의 자발적 시청료 개념이다. <동아일보>의 설명대로 “시청자들은 한 개에 100원인 별풍선을 사 마음에 드는 BJ에게 지급할 수 있고, BJ는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그런데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방송을 개설하고 인기를 얻으면 별풍선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셈”이어서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일부 스타 BJ는 아예 전업으로 나서 수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고 <동아일보> 기사는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이어 “상대적으로 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다 보니 최근에는 청소년 BJ도 급증하고 있다”며 “일부 BJ는 더 많은 별풍선을 모으기 위해 과격한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고, 남성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선정적인 의상과 댄스를 일삼는 여성 BJ도 많다” 고 비판한다. 그리고 “BJ들이 벌어들인 별풍선을 환전할 때 회사 측에서 30∼40%를 떼어가는 만큼 돈벌이를 위해 별풍선 제도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기사만 읽으면 마치 아프리카 TV가 선정적 방송의 온상인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 기사의 내용은 내가 접한 아프리카 TV, 그리고 시청자들이 증언하고 있는 아프리카 TV의 실제와는 크게 다르다. 시청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내 방송을 통해서도 토론을 벌였더니, <동아일보>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동아일보>는 청소년들이 돈벌이를 위해 너도나도 방송에 뛰어드는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나만 해도 아프리카 TV에서 청소년이 운영하는 방송을 본 적이 없다. 다른 시청자들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전한다. 물론 실제로 청소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성인흉내 내는 방송을 한다면 시정되어야 하겠지만, <동아일보>의 그런 주장은 어떤 자료를 갖고 쓰여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여성 BJ들의 선정성 부분도 사실과 크게 다르다. 일부 여성들이 춤을 추는 방송들이 있지만 법적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방송은 없다. 쉽게 말해 소녀시대가 짧은 반바지 입고 공중파에 나와 춤추고 노래부르는 수준을 결코 넘어서지 않는다. 과거에는 일부 여성 BJ의 지나친 노출이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규제와 자정 노력에 따라 별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그리고 아프리카 TV에는 여성 BJ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BJ 랭킹 상위권에는 남성 BJ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가 시사방송을 하고 있는 곳도 아프리카 TV이다. 시사에 관심을 가진 10대부터 60대까지의 시청자들이 매일 밤 열띤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동아일보>가 아프리카 TV가 여성 BJ들이 선정적 방송을 하는 곳인양 몰아붙인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해석들이 많다. 과거 촛불정국 때 아프리카 TV를 통해 현장중계가 나갔던 것 때문에 미운 털이 박혀, 이렇게 <동아일보>가 매도하고 나선 것 아니냐고 시청자들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이라면 인터넷 개인방송의 시대를 가로막는 불순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은연중에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나는 기사를 읽고, 그리고 아프리카 TV 시청자들의 반응을 접하고 나서 <동아일보>의 인터넷판인 <동아닷컴>에 들어가 보았다. 선정성 문제를 제기한 <동아일보>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맙소사! 화면 상단에 있는 ‘포토’를 클릭해서 들어가보니 벗은 여성들의 사진으로 도배질 되다시피 하였다. 올라와있는 사진의 절반 가량은 그런 장면들이었다.
적어도 아프리카 TV의 일부 여성 BJ들이 그런 벗은 모습을 화면으로 내보낸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벗은 여성들의 사진을 아무 거리낌없이 싣고 있었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은 잘 보여도, 내 눈에 박힌 대들보는 잘 보이지 않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동아일보>가 그 모습이 아닌가 싶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겠는가.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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