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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이회창-문국현의 동병상련



정동영과 이회창, 정체성으로 따지면 상극이다. 정동영은 개혁진보적 성향이고, 이회창은 극우적 성향이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기대 이하의 결과로 크게 졌다.

출마압력에 직면한 정동영과 이회창

그럼에도 굴하지않고 앞날의 재기를 기약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정동영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가 계속 물러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큰 뜻을 이루려는 내 꿈은 쉼 없이 커질 것"이라는 말까지 남겼다. 그의 정치복귀는 시간문제이다. 내년 4월 총선을 목표로 삼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회창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선 패배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당창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보수신당 창당을 위한 창당기획단까지 구성했다.

두 사람 모두 내년 4월 총선을 통한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곤란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출마압력이다.

정동영의 지역구는 정치적 고향인 전북 전주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동영에게 몰표를 던져주었다. 이 지역에 출마하면 18대 국회에 들어가는 것은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당내에서는 안전한 지역을 포기하고 서울 종로같은 상징적인 곳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도부가 위험을 무릅쓰고 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여야 내년 총선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동영이 2012년 '차기'를 노린다면 전주에서 출마하여 금뱃지 한번 더 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변화를 무엇인가 보여주어야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정동영도 잘 안다.

그러나 문제는 당선가능성이다. 지금의 분위기 같아서는, 정동영이 종로에 출마하면 낙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의 '노무현'이 될 수도 있다. 언제나 무난한 길을 선택해왔던 정동영의 방식은 아니다.

생각하다 안되면, 전국 지원유세를 명분으로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별다른 감흥이 없을 것이다. 정동영의 딜레마이다.

낙선의 위험 큰 승부수 압력

이회창도 승부수를 던지는 출마압박을 받고 있다. 이회창은 총선출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다르다.

함께 창당을 준비중인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는 "신당 창당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 총재가 당연히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 그렇게 가줘야 신당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이회창을 압박했다.

`창사랑' 대표를 맡았던 백승홍 전 의원 등도 이회창을 만나 대구서구 출마를 건의했다. 그래야 신당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구 서구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지역구이다. 이번 대선결과를 놓고보면 출마해도 승산이 별로 없는 곳이다. 이회창으로서는 낙선할 경우의 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의 연고가 있는 충남 홍성.예산 출마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보수신당은 충청 지역당으로 왜소하게 비쳐질 위험이 크다. 그래서 '충청은 심대평, 영남은 이회창'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내부에서 나온다.

총선출마를 원하지 않았던 이회창의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을 살리기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정동영과 이회창. 두 사람 모두 당을 위해서 낙선의 위험을 무릅쓰고 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문국현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직은 표면화되고 있지 않지만, 문국현의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문국현 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창조한국당이 총선에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당의 얼굴인 문국현이 배수의 진을 치고 지역구 출마를 해야한다는 요구들이 당내에서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의 거주지역인 강남구 등이 출마지역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국현의 대선 득표율을 가지고 당선을 기대하기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 승부수를 던지지 않고서는 자신들의 위상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덜컥 승부수를 던지기에는 그 결과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

이들의 고민은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관전자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지역구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보는 재미가 있는데, 글쎄 이들이 그러한 모험을 할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