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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코미디 출연? 이제 그만 해라

    <'박철쇼'에 출연한 허경영 총재>

허경영이 떴다. 대선이 끝난 뒤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으는 것 같더니 이제는 방송출연으로 분주하다.

MBC TV 의 '무릅팍 도사'는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가 정치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어제(28일) KBS 2TV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는 그를 화제의 인물로 다루었다.

허경영의 잇달은 방송출연, 방송사의 속내는

그런가 하면 허경영은 어제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케이블채널 MBC 에브리원 'B급 뉴스 쇼! 구라데스크', 케이블채널 스토리온 '박철쇼'에 잇달아 출연했다. 오늘은 KBS 2TV '폭소클럽2'의 '응급시사' 코너 녹화에 특별 출연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일단은 '스타' 반열에 오른 셈이다. 실제로 '허경영 현상'은 방송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출연이 예고되었던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률이 평소보다 올라가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그의 '황당발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임기가 불안하다.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UFO를 압구정동에서 목격했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
"박근혜 전 대표가 결혼설 주장과 관련, 나를 고소한 것은 내가 인터넷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압도하니까 나의 인기를 막기 위해 한 것이다"
“나이가 80이 돼서 재혼해도 1억원을 줄 것이다”
“국립묘지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특수한 취임식을 하고 싶다. 12명의 여성과 함께 하얀 옷을 입고 천사 날개를 달고 내려오며 고공낙하로 단상에 내려앉는 게 꿈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제작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그를 출연시키는 것일까. 정치인 허경영의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듣고싶어서? 아니면 그를 무대 위에 올려놓고 희화화시키며 즐기고 싶어서?

아마도 후자인 것 같다. 그가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지, 그것을 듣고 웃고 즐기고 싶어서 그를 출연시키고 있는 분위기이다.

허경영과 방송계의 궤도이탈

이 정도 되면 궤도이탈이다. 허경영은 이번 대선에 출마했었고,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그를 출연시켜 황당발언을 즐기고있는 방송들의 속내도, 그런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방송을 타고 있는 허경영의 모습도 모두 우습다.

나도 '허경영 현상'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우리 정치가 오죽 재미없으면 네티즌들이 허경영에게서 흥미를 찾으려 할까, 뭐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이러다가 우리 정치가 오히려 희화화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이 정도서 그만하는 것이 좋겠다. 정치인도 재미있고 보고웃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치가 코미디는 아니다.

그나저나 허경영을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는 않은 것 같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로부터 90일전 이후에는 방송에 나갈 수 없도록 되어있다.

허경영은 내년 4월 9일 총선에서 서을 은평 을에 출마하겠고 밝힌 상태이니까, 정말로 총선에 출마하겠다면 1월 9일경부터는 방송출연을 그만두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알 수가 없다. 대선 직후 인터뷰에서는 국회의원 출마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은평 을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다시 어제는 한 방송에서 경제공화당 비례대표로 출마하겠다고 한다. 종잡을 수가 없다.

그의 말과 행동을 내가 너무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것일까. 이런 소리 했으니 허경영의 팬들에게 무슨 소리를 듣게될까. 그의 팬클럽까지 있던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