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터넷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었던 ‘지하철 난투극’의 검색어가 오늘 보니까 바뀌었다. 어제만 해도 ‘지하철 패륜녀’라는 검색어가 순위에 떠있었는데, 오늘은 ‘지하철 폭력 할머니’라는 검색어로 변했다. 하루 사이에 비판의 대상자가 바뀌어버린 여론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10대 소녀가 할머니에게 반말을 하고 대들면서 난투극이 시작되었던 것으로 생각했던 네티즌들이었지만, 내용을 좀더 알게되면서 판단을 바꾸게 되었다. 근래에 있었던 ‘패륜녀’ 사건들과는 달리 할머니의 일방적인 공격의 성격이 강한 상황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소녀가 실랑이 과정에서 할머니에게 반말을 했던 것은 분명 잘못이다. 항의를 하더라도 상대의 나이를 감안해서 지킬 것은 지켜야 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상황에서 이 소녀의 역할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인터넷에 퍼져있는 동영상을 보면 ‘난투’라기 보다는 할머니의 일방적인 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피하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경위가 어찌되었든, 그리고 나이가 많다해도 지하철같은 장소에서 그런 식으로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은 잘못이다.
더구나 목격자들이 전하는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같은 판단은 더욱 굳어진다. 소녀가 할머니에게 바로 사과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욕설을 퍼부은 것이 사실이라면, 더구나 그 할머니가 지하철 2호선에서 평소에도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 맞다면, 소녀보다는 할머니의 지나친 행동을 탓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 대해 무조건 나이만 갖고 책임의 유무를 따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아무런 행동을 해도 다되고, 나이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가끔씩 노인분들의 지나친 행동을 접할 때가 있다. 아기를 데리고 탄 엄마가 노약자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호통을 치는 할아버지를 본 적도 있고, 별것 아닌 일을 갖고 소리소리 지르며 야단치는 할아버지를 본 적도 있다. 물론 젊은이들의 무례한 행동도 종종 있지만, 노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떤 행동을 해도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물론 소녀의 잘못도 있기에,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만 단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에 대한 판단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책임을 놓고 논란을 계속 벌이는 것은 그리 사회적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동영상을 보면서 아쉬었던 것은 지하철에서 그렇게까지 폭력이 가해지고 비명이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아무도 말리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조폭이라도 나타나서 위압적인 분위기였다면 모르지만, 나이든 할머니가 그러고 있는데도 다들 지켜볼 뿐이었다. 이번 ‘지하철 난투극’ 사건에서 오히려 가장 얘기해보아야 할 대목은, 바로 말리려하지 않는 승객들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지하철 난투극의 책임은 승객들에게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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