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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의원 11명 압수수색, 검찰의 친위 쿠데타

이런 일은 없었다. 어제(5) 검찰은 현역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것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무총리와 법무장관을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국회는 여야 불문하고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검찰은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 청목회 로비의혹 사건보다 훨씬 심각한 대형 게이트 사건들이 많았어도 11명의 현역의원들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에 나선 일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검찰이 그만한 사유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만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드러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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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압수수색을 비난하는 민주당 지도부 ⓒ 남소연


청목회 회원들이 집단적으로 로비성 후원금을 제공했던 것이 문제가 된다고는 하지만, 일단은 정식으로 처리되고 신고된 후원금들이다. 증거가 될 서류들도 선관위에 보존되어 있을 것이다. 의원에 따라서는 후원금 제공자 가운데 청목회 회원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관련단체나 기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10만원 짜리 후원금을 여럿이서 내는 일은 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다.

런데 검찰은 이번에는 전례없이 현역의원들의 사무실과 집으로까지 쳐들어갔다. 정말로 그만한 일이어서 그런 것일까.

국회의 반발이 커지자 검찰이 해명하고 나섰다
. 그런데 그 해명을 들으니 의문은 더욱 증폭된다. 검찰 관계자는 "후원금을 수수했다는 것만으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현재 후원금 제공과 수수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초기 단계"라며 "압수수색 역시 그 과정의 일환이며, 압수수색 장소와 관련된 의원도 당연히 수사 대상으로 특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문제가 있어 압수수색한 것이 아니고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말 대로라면
, 아직 범죄혐의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일단 압수수색을 했다는 얘기이다. 압수수색하고 나서 문제가 발견되면 수사대상이 되는 것이고, 아니면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부터 현역의원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이렇게 겁없이 했을까. 아무리 검찰이 대담해졌다 해도 11명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이런 식의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압수수색을 하기에는 11명 현역의원들의 범죄혐의가 너무 불분명해 보인다.

결국 검찰의 전례없는 압수수색에는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자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 검찰의 순수성을 믿기에는 최근의 청와대 대포폰은폐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검찰이 보여온 행태가 너무도 정치적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청목회 로비의혹을 기화로 정치권을 욕보이고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켜 결국 정치권을 무력화시키려 한 것이 아닐까
. 그리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고 청와대가 정국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 한 것 아닐까. 검찰이 정치기관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생각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압수수색의 장면은 다른 식으로는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 공정사회의 기치 아래 사정정국을 주도하여 청와대의 정국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의심은 단지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이귀남 법무장관은 어제 국회답변에서 압수수색 사실을 본회의 직전에야 보고받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 그러나 이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김황식 총리야 사전에 보고를 못받았다 해도, 법무장관이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압수수색 계획을 미리 보고받지 못하고 사후에야 알았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검찰이 아무리 대담해도 국회에 대형폭탄을 던지는 일을 상부하고 아무런 조율도 하지 않고 벌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법무장관이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면 우리의 눈은 청와대를 향하게 되어있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국회를 유린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이 나선 친위쿠데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 물론 정치인들의 비리는 여야불문하고 성역없이 수사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이번 청목회 수사 사태의 핵심은 그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정치인들 후원금 하나 하나가 로비와 관련있었느냐를 따지고 있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명한 범죄혐의도 없이 검찰이 나서서 국회를 유린한 상황을 문제삼아야 할 때이다. 국회가 아무리 제 구실을 못하고 비판받아왔어도, 정치검찰에게 이렇게까지 유린당해도 좋을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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