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의 승부수 성공할까”
오늘(9일) 아침 청목회 로비의혹 수사에 대한 어느 신문기사의 제목이다. 오늘 언론들은 어제 있었던 김준규 검찰총장의 발언을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김 총장은 어제 오후 대검찰청에서 주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은 검찰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의연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김 총장은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청목회 로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더욱이 한나라당 측에서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강한 유감을 표한 직후에 있은 김 총장의 발언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흔들림없이 청목회 로비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소환대상자들이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서 체포영장이나 구인장을 발부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강제 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임을 시사하고 나섰다. 김준규 검찰총장 (사진=유성호)
지금 검찰은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여기까지 온 이상 다른 선택치가 없는지도 모른다. 현역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는 칼을 빼들었는데 정치권이 반발한다고 해서, 여당이 뭐라한다고 해서 칼을 다시 집어넣으면 검찰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청목회 수사를 이대로 밀고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베지 못하고 칼을 다시 집어넣는 모습도 내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지 모른다. 그래서 김준규 검찰총장은 그대로 가자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과거 같으면 박수를 치며 검찰을 응원할 장면이었을 것이다. 정치권의 외압에 굴하지 않고 정치인 비리를 단죄하려고 나서는 검찰. 얼마나 멋있는 모습인가.
그러나 지금 우리는 검찰을 응원해줄 수가 없다. 아니, 응원은 고사하고 검찰의 이같은 수사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인가. 검찰은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촛불’ 수사나 ‘PD수첩’ 수사같은 지나간 일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검찰을 불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최근만 해도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부실수사, ‘청와대 대포폰’에 대한 수사회피, 스폰서-그랜저 검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
검찰이 이렇게 미온적으로 덮고 넘어갔던 사건들의 특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검찰 자신의 비리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청와대를 난처하게 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 두 가지 경우에 있어서는 그렇게 조심하던 검찰이 느닷없이 정치권을 향해 사정의 칼을 빼드니까 곱게 봐주기 어려운 것이다.
비리 수사를 하려면 하나의 잣대를 갖고 해야 한다. 검찰 자신이나 청와대에 대해서는 이해와 관용의 잣대를 사용하면서, 정치권에 대해서는 전에 없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누가 승복하며 납득할 수 있을까. 청와대와 총리실이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위해 대포폰을 주고받은 범죄행위의 심각성은, 국회의원들의 10만원 짜리 소액 후원금의 성격을 따지는 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청와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던 검찰이 여의도 정치권을 향해서만 의연하고 흔들림없는 모습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검찰의 청목회 로비 수사가 낳을 결과는 청와대의 희망사항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평소 여의도 정치를 불신하던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권보다는 자신의 주도하에 국정을 운영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검찰 모두 압수수색에 대한 조율이 없었다고 하니까 그대로 믿는다해도, 정치권에 대한 단죄를 이 대통령이 반대할 이유는 굳이 없어보인다. ‘불감청이나 고소원’이라고 할까.
검찰이 국회의원들의 소액 후원금까지 파헤치려는 대대적인 수사를 하겠다면 그에 앞서 검찰비리 사건들, 그리고 ‘청와대 대포폰’에 대한 수사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고 나서 정치인들의 소액 후원금까지 파헤쳐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못하는 검찰의 모습으로는 결코 국민의 응원을 받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김준규 검찰총장의 승부수에 결코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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