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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반값 등록금 요구, ‘제2의 촛불’로 가나

지난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집회에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가장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모였다. 당초 경찰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만의 인파가 모여 밤늦게까지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시민들의 동조도 곳곳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더욱이 대학가가 곧 시험기간에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대학생들의 참여는 눈에 띄는 것이었다.

이 날의 광경을 보면 현재의 반값 등록금 요구가 언제든 2의 촛불로 번질지 모른다는 예상을 갖게 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제2의 촛불이란 2008년 촛불시위 때와 같이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항의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6월 10일 청계광장에 모인 인파 (사진/ 유성호)

그 근거는 무엇인가. 반값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은 몇가지 점에서 2008년과 유사하다. 

첫째, 사안의 성격이다. 2008년 광우병 공포에 따른 미국 쇠고기 문제는 국민건강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곧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어있는 성격의 사안이었다. 당시 촛불집회가 여론의 지지 속에 순식간에 전국민의 관심사로 번질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였다. 

반값 등록금 문제도 비슷하다. 미친 등록금으로 인한 부담과 고통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겪고 있거나 곧 겪을 문제이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전선에 나서거나 휴학을 해야하는 학생들, 자식들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통을 겪어야 하는 부모와 그 가족들 모두의 문제이다. 그러하기에 반값 등록금 요구는 국민의 절대적 공감을 얻는 문제이고, 이러한 사실은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로는, 정부당국의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자세이다. 2008년 촛불시위 때도 당초 미국 쇠고기 재협상 요구가 확산되었으나, 이명박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건강이 달려있는 사안을 외면하는 정부의 모습은 국민감정을 건드렸고, 결국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되는 상황을 자초했다. 

이번의 경우도 어쩐지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당초 반값 등록금의 실현을 장담했던 한나라당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반값 등록금의 깃발을 들었던 황우여 원내대표의 기가 많이 꺾인 모습이다. 그러가 하면 청와대는 침묵을 고수하며 등록금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에 보았던 집권세력의 무책임성이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반값 등록금 문제에 불을 붙인 것은 여당이었지만, 이로 인해 정부여당은 비판의 표적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부는 민심수습에 실기할 위험이 대단히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2008년 촛불시위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유사한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2008년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여서 아직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이고, 민심이반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상황은 이명박 정부에게는 2008년보다 더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더구나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어서 반값 등록금 문제의 추이는 두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말이 없다. 미친 등록금, 또는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정부 당국자들도 말이 없다. 촛불을 들고 나선 학생과 시민들이 마주보아야 하는 것은 경찰들 뿐이다. 어쩌면 지금 화를 키우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 자신인지도 모른다. 결국 반값 등록금 요구가 제2의 촛불로 번질지 아닐 것인지는 이명박 정부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왜 말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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