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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반값 등록금, 이 대통령의 대답은 No!


대학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어제(13)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을 한 번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한 현재의 상황을 안다면 대통령의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청와대)

<동아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대학 등록금 정책을 주도하는 것보다는 최종 발표가 좀 늦어지더라도 당정청 3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정책을 준비하라는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예산을 더 써서라도 등록금 부담을 낮추려 할 것이지만 정부가 확실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당부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나라당의 등록금 인하 논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우선 서두르지 말라는 말이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15일 국민공청회, 20일 당정협의를 거쳐 곧 등록금 인하방안을 확정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당장 한나라당으로서는 다음 주 초 발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당혹스럽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정부가 정책을 한 번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의 의미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국가재정으로 등록금을 크게 인하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얘기이다. 정부가 여당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학생들이 요구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은 고사하고 등록금 대폭 인하 조차도 반대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지켜왔던 침묵의 의미는 이렇게 반값 등록금에 반대한다는 것이었음이 확인된 상황이다. 이제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반값 등록금에서 한발 물러나 등록금 인하로 선회한 한나라당은 그조차도 쉽지않게 되었다. 청와대와 정부의 비협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반값으로 떨어뜨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여당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꺼냈던 칼을 다시 집어넣기에는 창피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과 합의했던 대검 중수부 폐지도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번복했던 한나라당이다. 여기서 또 반값 등록금 요구를 외면하고 청와대 하라는대로 하면 내년 총선은 끝이다. 도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야당과 학생들, 그리고 민심의 반응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게 이 대통령의 생각은 너무도 발상이 다르다. 반값 등록금 화두를 던진 것이 여당이기에 그래도 기대를 했던 학생들은 이를 없었던 얘기로 만들려는 청와대의 모습에 화가 나게 되어있다. 미친 등록금의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90%의 국민들 역시 기대를 접게 되어버렸다. 따라서 여당발 반값 등록금 얘기는 이제 거꾸로 이명박 정부를 향한 성난 요구가 될 상황이 되어버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등록금 문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미친 등록금에 대한 학생과 가족들의 고통과 원성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위한 특단의 노력이 없으면 민심이 얼마나 악화될 것인지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원론적인 주문을 전해 듣노라면, 이 대통령에게 등록금 문제는 다른 수많은 정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금 등록금 문제가 민생문제의 핵으로 떠오른 현실을 모르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라도 해결해야 할 이유를 모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등록금 문제에 대해 첫 얘기를 꺼낸 것이 한나라당의 등록금 인하 논의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면, 그는 대국민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처음으로 입을 연 대통령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얘기는 미친 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에 대한 걱정과 위로,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늘상 그러했듯이 이 대통령은 그것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등록금 문제에서도 국민의 마음과 유리된 방향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미친 등록금의 해결을 위해 자신이 주도적으로 결단내릴 기회를 스스로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가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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