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사람들’의 비리 실상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최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 구명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10년 동안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국철 회장은 자신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 신 전 차관에게 십수억원대에 이르는 현금과 법인카드, 차량 등을 제공한 사실을 밝히고 나선 상황이다. 두 사람 모두 정권의 실세로 불리우던 MB맨들이다. 사진=청와대
이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드러나고 있던 상태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원자로 지난 17대 대선에서 공을 세웠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대출 및 세무조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진작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팀장'을 맡아 공을 세웠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구명로비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쯤되면 측근비리의 행진이라고 할 수 있다. 쉬지않고 터져나오던 측근비리는 이제 임기말을 앞두고 절정을 향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측근비리가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신재민 전 차관이 측근비리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또 다른 측근들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설로 돌아다니고 있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임기말을 맞아 측근비리의 수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추락하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고 이 대통령은 레임덕 속에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가면 언제나 대한민국 정권들은 권력, 측근, 친인척, 고위공직자 비리로 침몰했다"며 청와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은 상황의 심각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물론 청와대도 상황을 간단하게 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홍 대표의 주문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현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지만 (아무 일) 없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 임기 말 권력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측근비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의도 소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측근비리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은 매우 안이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의 측근 비리들을 개인의 문제로 선을 그으려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예컨대 측근 비리라고 하지만 과거와 비교한다면 누가 큰 뇌물을 받고 이권에 개입했다든지 하는 사건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권력 내부의)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개인비리이지 권력형 비리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권의 실세로 불리우며 호가호위하던 인사들이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아온 행각이 어떻게 단순한 개인비리일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비리를 저지른 그들의 뒤에는 정권이 있었고, 그들은 그 정권의 힘에 기대어 금품을 수수했던 것이다.
그리고 측근비리에 대해 최고의 책임을 져야할 이 대통령이 아직껏 측근비리에 대해 한번도 국민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래 누차에 걸쳐 이명박 정부에서 측근비리는 없다고 공언해왔다. 결국 그 말은 허언이 되었고, 이명박 정부의 측근 비리는 오히려 이전 정부들보다 더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당연히 이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해야 하고 국민에게 고개숙이며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게 가장 큰 발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대통령의 침묵이 곧 발언일 수 있는가. 이 대통령은 남의 일 보듯이 뒤로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측근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동안 측근비리가 지속적으로 터져나왔음에도 이 대통령이 아무런 성찰적 태도없이 넘어가곤 했던 것이 오늘과 같은 상황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의 도덕적 둔감증에서 벗어나 권력비리의 재발방지를 정권적 차원에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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