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박원순 변호사는 과연 무소속 출마를 끝까지 고수할 것인가. 그의 민주당 입당 여부는 계속해서 이번 선거전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박 변호사가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그의 말이 이제까지의 태도에서 달라진 것으로 해석되면서 민주당 입당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의 민주당 입당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일단 분명한 것은 야권 단일후보의 결정 이전까지는 박 변호사가 민주당 입당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21일 "제 뜻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고 그 전까지 민주당 입당은 없다“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일단 야권 단일후보가 되도록 하고, 나머지 문제는 그 이후에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출마선언하는 박원순 변호사 (사진= 유성호)
그렇게 보면 25일 선출될 민주당 후보와 박 변호사 사이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그 경선에서 현재의 관측대로 박 변호사가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에는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한 그의 고민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고민은 단일 후보 선출 이후 후보등록 때까지 불과 며칠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박 변호사의 민주당 입당이 의미를 갖는 것은 ‘기호 2번’으로 출마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박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야권 단일후보가 되도록 하고, 나머지 문제는 그 이후에 고민하겠다는 그의 말은 실제 상황 그대로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민주당 입당 문제가 그만큼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사실 시민후보로 나선 박 변호사 입장에서야 가능하면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끝까지 무소속 출마를 고수하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기존 정당정치를 넘어서고자 하는 대의와 명분에 부합되는 선택일 것이다. 또 박 변호사가 최종적으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에는 지지층 가운데서 실망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무소속으로 한나라당 후보와 대결하여 승리를 장담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 선거전을 경험한 사람들은 선거에서 ‘기호 2번’이 갖는 힘을 알고 있다. 그 기호에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이탈없이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실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기호 2번이 아닌 무소속 출마를 택했을 경우 투표장에 가지 않거나 심지어 다른 후보를 찍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이탈의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인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아마도 한나라당 후보와의 우열의 간격이 어느 정도 있는 판세라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의 판세가 되었을 때는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 때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다 끌어모으느냐 여부가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의 서울시장 선거전 같은 경우라면 그러하다.
결국 만약 박 변호사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그의 민주당 입당 여부는 판세에 대한 전망 위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한은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기 이전이고, 따라서 정확한 판세예측은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박 변호사는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의 지지율 상승세가 눈에 띈다. 나 최고위원은 박 변호사와 오차범위 내의 혼전을 벌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면 선거의 경험이 많은 정치인 후보의 힘이 더 발동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상황에서 박 변호사가 과연 승리를 낙관하는 판세가 만들어질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나경원- 박원순의 접전 양상을 예상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지금 박 변호사는 이번 선거 승리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안고 있다. 그의 출마를 위해 한명숙 전 총리도 출마를 접었다. 민주당도 그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것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가져왔다. 만약 제1야당을 제치면서까지 단일후보가 되는 경우라면, 선거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의 선거패배는 야권연대 전체의 패배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 변호사는 선거승리에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명분에 다소 손상이 가는 부분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선거 패배를 감수할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가 향후 민주당 입당 문제를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하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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