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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명숙 불출마 유감, 안철수 바람에 기죽지마라

한명숙 전 총리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전 총리는 13일 국회에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대독한 `서울시장 보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 자료에서 "그동안 당 안팎의 많은 분들과 상의하고 여러 날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그동안 민주당을 통한 출마가 유력시되어온 인물이었다. 10월에 있을 1심 선고에 대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야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려왔다. 또한 본인도 출마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해 6.2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한 전 총리로서는 설욕을 통한 명예회복을 노릴만한 상황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 (사진=유성효)


그러던 한 전 총리의 마음을 바꾸게 한 것은 박원순 변호사의 출마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를 이룬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여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1위로 급부상하였다. 단일화 이전까지는 지지율 4~5%를 달리던 박 변호사로서는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 마당에 이미 박 변호사와 야권후보 단일화 합의를 했던 한 전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출마가 유력시되던, 더구나 민주당 의 가장 유력 후보인 한 전 총리의 불출마는 박원순-한명숙 빅매치를 무산시키는 소극적인 선택이다 

물론 한 전 총리의 입장에서는 박 변호사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자신이 정치적 부담을 안으며 나설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수 있다. 그래서 당초 야권후보 단일화 합의대로 사실상 박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는 선택을 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 정상적인 결정은 아니다. 야권의 후보단일화라는 것도 주자들간의 활발한 경쟁을 통해 단일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정상이지, 이렇게 경쟁조차 하지않고 그냥 손들어주자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한 전 총리의 불출마에 따라 제1야당인 민주당은 내부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가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으로서는 차제 경선을 해봐야 박 변호사로의 단일화를 위한 요식행위로 비쳐지게 되어 맥이 빠지게 되어버렸다. 야권의 후보단일화도 좋지만, 그렇다고 제1야당이 무소속 후보와의 경쟁조차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천정배 의원 등이 경선 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박 변호사가 선거전략상 민주당에 입당하여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 전 총리의 불출마는 박 변호사에 대한 사실상 합의 추대의 분위기를 낳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한명숙 빅매치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박원순-한명숙이라는 두 거물이 경선이든 여론조사든 경쟁을 통해 단일화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여 함께 손잡고 선거를 치르는 모습은 충분히 기대할만한 장면이었는데 이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안철수 바람의 부정적 효과라고 본다. 안철수 원장의 인기가 워낙 급등함에 따라 기존의 야권 혹은 범야권의 주자들이 기가 죽어 맥을 못추는 모습이 그것이다. 안철수 돌풍 이후 민주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든가, 기존 야권의 주자들이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그 결과 한명숙도 출마를 포기했고, 문재인의 이름도 뜸해졌다. 물론 손학규라는 이름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아무리 안철수라는 새로운 대안이 등장했고 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라 해도, 그로 인해 기존의 야권이 위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우나 고우나 기존의 야권정치세력은 이명박 정권과 맞서온 대표 정치세력이다. 그들이 또한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안철수 바람과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2012년을 어찌 안철수라는 한 개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하나의 청산주의일 뿐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견제해왔던 야권세력은 자중자애하며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이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 정권교체의 과제는 뛰어난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안철수를 기대하되, 안철수 바람에 기죽지는 말자. 나는 한명숙 전 총리의 불출마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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