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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누리와 국정원의 물타기,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는다

애당초 야권이 박근혜 대통령더러 직접 책임지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하여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박 대통령은 국정원 쇄신을 통한 재발방지책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18대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도, 그리고 야권의 또 한 축이었던 안철수도 그런 요구를 한 것이었다.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누가 봐도 있어서는 안될 국기문란 사건이 18대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에 의해 자행되었고 경찰조직은 또 그 진상을 은폐.축소시키는데 가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를 받거나 하면서 직접 연루된 일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결심에 따라서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노회찬 대표의 말처럼,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국정원을 세게 손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여권세력에게 정치적 부담이 없는 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이 사건의 파문을 일단락짓고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집권세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정원 쇄신을 지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박 대통령은 침묵했고,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국기문란 행위를 두둔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러는 사이 일은 커져갔다. 온라인에서는 국정조사 청원운동이 벌어졌고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이 시작되었다. 야당은 국정조사 실시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집권세력의 무책임한 대응이 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여권의 결정적인 한방이 나왔다. 국정원이 보관중이었다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문을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열람하고 그 내용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누가봐도 물타기용이다. 지난 대선정국에서 논란이 되었다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조차도 열람을 거부했던 대화록이 느닷없이 공개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국정조사를 피해가기 위한 맞불이 필요했던 것이고 국정원으로서는 조직을 수호할 반전의 카드가 필요했던 셈이다. 도대체 지금 이 시점에서 ‘NLL 대화록이 왜 정국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인지, 공작의 냄새가 물씬 난다,

결국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거부한 것이고, 국정원은 조직수호를 위해 쇄신을 거부한 것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같은 상황을 최소한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처리도 그렇지만, 특히 NLL 대화록의 열람같은 중대한 결정이 박 대통령 모르게 이루어졌으리라 믿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이 모든 비정상적인 상황의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야권이 박 대통령더러 직접 책임지라 한 적이 없었다.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진상규명를 통해 책임을 가리고 재발방지책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18대 대선결과를 부정하는 발언은 적어도 야당 쪽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권세력은 이 사건의 불똥이 박 대통령에게까지 튈 것에 지레 겁을 먹고 노심초사하며 그같은 무리수를 두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사건의 파문을 이제는 해결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무책임하고 무능한 모습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는 있어서는 안될 사건 자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면 매듭지어 질 수 있는 일을, 정권을 걸고 덮고가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가지고 박 대통령이 얻는 것이 무엇일까. 국정조사와 진상규명을 피하는 대신 박 대통령에게는 진상을 은폐하고 국정원 쇄신을 거부했다는 논란이 두고두고 따라다니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국정원의 개입으로 당선된 대통령으로서의 한계라는 낙인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이제는 정말로 박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일이 커지고 말았다. 새누리당도 국정원도 진상규명과 쇄신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제 국민들이 누구를 향해 목소리를 내겠는가. 당연히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빨리 국민 앞에 나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재발방지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그 전제가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