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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친노’의 앞길은

23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4주기가 되는 날이다. 전국 곳곳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사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는 친노의 정치적 진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커진 상태이다. 

그 이유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안팎의 상황과 맞물려있다.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패배하여 정권교체가 무산된 이래 민주당내 친노세력은 대선패배 책임론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동안 민주당의 주류세력으로서 19대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패배함에 따라 친노세력의 입지는 현저히 축소되게 되었다. 적어도 이번에는 친노세력이 당권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는 당안팎의 여론에 따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당권이 비주류 쪽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줄곧 민주당의 주류로 위치했던 친노세력은 이제는 구주류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친노세력의 입지 축소는 단지 민주당 당권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진보정의당 유시민 전 의원이 이미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민주당 문성근 상임고문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 배경은 각기 다르지만, 친노세력의 위기 혹은 분화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해석되었다. 

실제로 대선 패배 이후 친노세력은 대선패배 책임론에 직면하여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되는 가운데 내부적 분화 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장 김한길 대표 체제에 대한 협력의 문제를 놓고도 강온의 기류가 엇갈리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다시 친노세력의 결속력을 이완시키며 그 정치적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는 작금의 상황은 친노세력의 위기라고 불리울만 하다. 

그러나 정치권의 친노세력이 재기불능의 상황을 맞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당 기간은 뒤로 물러선 상태에서 계파가 아닌 개인적인 정치행위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결국은 친노세력의 재결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다른 정치적 선택치가 없기 때문이다. 친노세력을 구성했던 정치인들이 민주당내 신주류세력과 함께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안철수 의원 쪽과도 갈등 혹은 경쟁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은 자신들의 세력 재결집을 통해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이상의 다른 선택을 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문재인이라는 얼굴이 있다. 문재인 의원은 친노세력의 재결집이 이루어질 경우 그 수장으로서 함께 전면에 등장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결국 친노세력은 계파 혹은 세력으로서 다시 모이게 될 것이며 그 정점에는 문재인 의원이 위치하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은 2014년 지방선거 이후 2016년 총선 사이의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김한길 체제가 10월 재보선 결과 하나로 무너지지는 않고 일단 내년 지방선거는 책임진다고 했을 때, 선거결과에 따라 민주당내 당권투쟁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결과가 부진할 경우, 친노 구주류세력은 더 이상 김한길로는 안된다면서 당권탈환에 나서려 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 때 민주당내 당권투쟁은 대단히 격화된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고, 안철수 신당의 추이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당권투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간에 친노세력은 독자적인 세력으로 다시 위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의 당권을 다시 차지하든 아니면 그에 실패하여 민주당을 나가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정국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위치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해도 이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전에 비해 현저히 축소되겠지만, 선거를 앞둔 야권 내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한 축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차기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과 안철수의 경쟁은 재현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친노세력은 지난 대선에서 48퍼센트의 득표율을 올린 문재인의 석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려 할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경쟁을 다시 가져올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 친노세력와 안철수세력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이 없다면, 문재인-안철수의 경쟁 장면은 다시 펼쳐지게 될 것이다. 

18대 대선 패배의 영향으로 친노세력이 정치적으로 와해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이들은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전면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때 야권질서는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