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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블로그 이야기

시사평론가가 블로그에 뛰어든 이유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일주일 가량 지났다. 인터넷 언론들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쓴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블로그는 처음이다.

블로그를 어디에다가 어떻게 설치하는 것인지를 몰라 헤매기도 했고, 중간에 블로그를 옮기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그래도 새로 써서 올린 글 몇 개가 관심을 끌어 하루 방문객이 제법 되기도 했다. 일단 출발은 순항인 듯하다.

그런데 나는 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까. 그것은 기존 언론들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너는 누구 편이냐"는 질문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우리 언론에 만연해있는 편가르기 행태였다. 예상했던대로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보수신문은 이명박 후보의 편에 확실하게 섰다.

BBK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도, 선거 막판에 강연 동영상이 공개되어 파문이 커졌을 때도, 이들 신문은 '이명박 구하기'에 일로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 언론은 이명박 후보를 향해 제기되는 합리적 의심들을 배척한채, 그것들이 특별한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예단을 보여주곤 했다.

5년전 대선 당일에는 <조선일보>가 노무현 후보를 찍지말라는 식의 사설을 게재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선거 당일 게재된  <동아일보> 사설 '심판의 날, 미래에 투자하는 날'을 보면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오늘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실시된다. 노무현 정권 5년을 심판하는 날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에 투자하는 날이다."
 
<동아일보>의 희망대로 유권자들은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고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켰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은 보수신문들은 함께 만세를 불렀다.

문제는 진보언론들 역시 편가르기 보도의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경우를 보면 보수언론들과는 정반대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는 듯한 보도를 계속 내보냈다.

도덕적인 영역에서야 이명박 후보가 여러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어느정도 드러난 상태이다. 그러나 사법적인 영역에서의 문제가 있었는지는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이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의심'과 '심증'을 가지고 예단을 내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진보언론들의 경우에는 '반(反)이명박'의 입장이 워낙 강하다 보니까 그의 사법적 유죄를 확신하는듯한 예단이 앞서게 되었던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은 특검수사를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선거 막판 며칠동안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인터넷판을 보면 이명박 후보 비판기사가 도배질되다시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마지막 총력을 기울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진보언론이 '보수 후보'의 정책을 비판하고 그의 집권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관계의 영역에서까지 '증거' 아닌 '신념'으로 결론을 내리려 하거나, 사설이 아닌 사실보도에 있어서 정치적 입장을 공공연히 개입시키는 것은 이 역시 편가르기 보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 그것도 닫혀있는 보수와 진보, 그 사이의 지대는 허용되지 않았다. 혹여라도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그 곳의 독자들은 "도대체 너는 누구 편이냐"를 물었다.

독립언론의 꿈, 블로그에서는 가능할까?

이러한 문제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보수매체들은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이, '이명박 띄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진보매체들은 승복의 미덕은 모르는 듯이, 대선 다음날부터 다시 '이명박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보수매체에서 범여권이 패배를 딛고 새 출발하라거나, 진보매체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잘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꺼내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이다. 정파와 이념을 넘어 사안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편가르기의 틀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이제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가운데 국민의 뜻에 따라 정권이 교체되는 룰이 정착되게 되었다. 어느 쪽이든 잘못하면 국민이 갈아치우게 된 것이다. 정치환경의 커다란 변화이다.

우리 언론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보수언론이든 진보언론이든 좀더 열려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낡은 이념의 추종자라는 소리를 듣게되어 있다.

나는 블로그의 이름을 <유창선의 독립언론 만세!>라고 붙였다. 나 스스로가 독립된 글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매체의 이념에 구속되지 않고, 나대로의 글을 좀더 자유롭게 쓰겠다는 일종의 '자유선언'이다.

비판에는 성역도 없고, 편들기도 없어야 한다. 정파와 이념의 노예가 되는 일 없이, 그것이 누구이든, 잘한 것은 잘했다 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블로그에 글쓰기를 시작한 나의 믿음이다.

지난 일주일동안 나의 블로그에는 수많은 방문객이 다녀갔고 많은 댓글들이 남겨졌다. 생각과 의견들은 다양했다. 이명박의 지지자도 반대자도 함께 글을 남겼다. 이명박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기대도 있었다. 허경영에 대해서도, 나경원에 대해서도, 호·불호의 의견들이 엇갈렸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이것이 민심, 넷심의 실체일 것이다. 일사불란하지 않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이 이렇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블로그 미디어의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웹 2.0시대에 기성언론들의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블로그 미디어 시대를 꿈꿔본다. 이 곳에서 나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