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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추적 60분’ 천안함편에 중징계라니

지난해 1117일 진통 끝에 방송되었던 KBS <추적60>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중징계인 경고제재 결정을 내렸다. '경고'는 방송사 재허가때 감점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정제재이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에 속한 정부여당 추천위원들은 "<추적60>이 국방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듯 방송해, 불명확한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된다 등의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공정성) 2항과 3, 14(객관성) 조항에 저촉되는 것으로 봤다고 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2항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여야 한다'고 되어있고, 3항은 '방송은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립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되어있다. 또한 14조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며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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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항들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갈이 식으로 악용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들 조항을 유연하게 해석한다면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예단을 갖고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프로그램을 규제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 ‘공정성균형성이라는 이름 아래 기계적인 균형을 요구할 경우 시사프로그램의 영역은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존의 가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의 제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의 발표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기계적으로 똑같이 반영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사회에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방송저널리즘의 책임을 도외시하는 억지 주장이다.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은 과학적인 근거와 합리적인 논거를 갖고 그 의문을 충실하게 제기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그 내용에 대해 다른 당사자의 성실한 해명이나 반박이 따르면 쟁점에 대한 균형있는 토론은 가능해진다. 

위원회 식의 논리라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정부의 어떤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10분 들어가면 그에 대한 정부의 반박이 10분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에 중징계를 받은 <추적 60>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었던가. 1117일 방송에서는 사고 지점이 더 잘보이는 남쪽 초소가 존재했으며, 이 초소에서도 물기둥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국방부가 국정감사에서 공개하겠다고 했던 천안함 유실 무기가 현재 모두 폭파됐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그리고 천안함이 침몰 이후 조류의 반대방향인 북서쪽으로 이동중이었고, 천안함 흡착물질 분석 결과 국방부 발표와 달랐다는 사실 등도 방송되었다. 완벽한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모두가 중요한 내용들이다.

특히 <추적60>은 흡착물질 분석을 위해 국내 400명의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해당 분야 권위자인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추가적으로 실험해 보자고 제작진은 국방부에 제의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거부했다.

천안함 사고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던 지난해 중반에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 가량이 정부의 발표를 불신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 정도면 천안함 조사결과는 국민적 불신을 사고 있는 사안이 된 것이고, 그런 마당에 제기된 의문들에 대한 검증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방송의 기본적인 책무라 할 수 있다.

<추적 60> 천안함 편은 그러한 본연의 책무에 충실했을 뿐, 중징계를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추적 60>이 방송한 내용 가운데 부당한 것이 있다면 관련 당사자들 간의 반론제기나 추가실험 등을 통해 충분히 다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식의 제재를 내린 것은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추적 60>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제기된 의문을 다루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야 하는 우리 방송 현실을 보면 지금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있는가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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