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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경향신문>의 성찰을 주문하는 이유

<경향신문>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왜 북한의 세습을 비판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며 시작되었던 일련의 논쟁은 일단 소강국면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여진은 아직 계속되고 있는 듯합니다.

문제의 사설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이후에도 이대근 논설위원은 두 차례에 걸쳐 민주노동당과 이정희 대표를 반박하는 글을 썼습니다. 인터넷판에만 게재되었다고는 하지만, 민주노동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계속되었습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북한 3대 세습과 진보정치의 과제”라는 제하의 사설이 실렸고, 17일에는 “‘북한 3대 세습’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라는 이택광 교수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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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

적지않은 반론이 제기되었지만, <경향은> “왜 진보가 북한의 세습을 비판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거두어들이지 않았습니다. 집요하리만치 민주노동당의 ‘침묵’을 비판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 논쟁이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미 <조선일보>가 <경향신문>과 똑같은 질문을 던지며 ‘진보좌파’ 비판에 나선 마당에, 이같은 논쟁의 확대가 어떤 상황으로 연결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진보의 분열상만 부각시킬 뿐이며, 진보정당의 통합이라는 과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됩니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논쟁을 제대로 해서 결론을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1년 365일 논쟁해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을 문제임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진보가 이런 논쟁에 매달려있을 때가 아닙니다.

제가 <경향>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논쟁을 벌이지 않았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만은 명확히 하고 지나갔으면 합니다. <경향>이 보여준 일련의 논조에 대해 제가 문제로 지적하는 것의 핵심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정확히 말해, 북한의 세습과 관련된 문제가 아닙니다. 논란의 핵심은 사회의 다원성을 인정할 것인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경향> 인터넷판이 이 논쟁을 ‘북한의 세습에 대한 찬반 논쟁’식으로 규정했을 때 잘못을 지적하며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비판적 입장표명을 안했던 민주노동당이 북한의 세습을 옹호했던 것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그리고 <경향>의 논조를 비판했던 사람들도 그 점에서 마찬가지였음에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은 사실의 왜곡이었습니다. 이번에 있었던 논쟁은 북한의 세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내용의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사상, 가치, 정책, 판단같은 것들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모든 정당들이, 그리고 모든 지식인들이 북한의 세습에 대해 한 목소리로, 똑같은 방식으로 비판하고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세습에 대해 다같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내부문제이니 가급적 우리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고려했을 때 공개적인 비판은 안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 진보정당까지 북한 비판에 나서는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판단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이 다양한 의견과 판단의 차이는 서로 간에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권력세습 자체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비롯한 여러 복잡한 변수들이 연관되어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일사불란한 목소리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또 요구할 수 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진보의 미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사회경제적인 정책 이전에, 사상과 가치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껴안을 수 있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보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경향>이라는 ‘진보언론’이 보여준 모습에서는 그러한 진보의 힘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이정희 대표를 향해 ‘항복문서’라도 받아내겠다는 기세로 몰아붙이는 <경향>의 모습에서는, 나와 다른 생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폭력성마저 읽혀졌습니다.

적어도 민주노동당도 나름대로의 여러 고민 속에서 내놓은 답이 ‘입장 불표명’ 이었다면, 그와는 생각을 달리한다 해도 일단은 그 뜻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했던 것 아닐까요. 왜 민주노동당의 입장이 반드시 나의 판단과 같아야 한다고 강압해야 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진정한 진보의 모습은 아닙니다.

‘사상의 자유’란 내가 지지하는 사상의 자유가 아니라, 내가 반대하는 사상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사상의 자유는 나의 자유 이전에, 다른 사람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에 <경향>이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을 <경향>에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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