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다. 그는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저출산 문제가 국가 존립 차원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0살부터 전면 무상보육을 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무상보육 대상을 내년 0살부터 시작해 3~4년 안에 만 4살까지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유아교육을 의무교육 개념에 준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복지부도 이 발표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해 당정간에도 협의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새로 꺼내든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카드는 그 자체만 생각하면 환영할 일이다. 재정마련만 가능하다면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은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황우여 원내대표 (사진=남소연)
그런데도 황 원내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무척 거북한 마음부터 드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우선 그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가 아무런 설명없이 이를 접은 전력이 있는 정치인이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반값등록금의 깃발을 들었던 그였지만, 그 뒤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에 밀려 꼬리를 내렸다. 이제 정부와 여당이 논의하고 있는 등록금 인하 추진은 반값등록금 정책의 형체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황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었다.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인이 자신이 공언했던 정책이 ‘뻥’으로 끝나버렸다면 마땅히 사과 한마디는 하는 것이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예의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책임있는 해명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이런 와중에 다시 등장한 무상보육 추진 발언에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이다. 이번에는 청와대의 허락이나 제대로 받고 말을 꺼낸 것인가 하는 생각부터 든다. 한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황 원내대표의 말을 들고 거북한 마음부터 드는 두 번째 이유는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정당이 어떻게 무상보육은 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것인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 코미디같은 장면이다.
돈 들어가는 것으로 치면 무상급식보다 무상보육이 훨씬 많이 들어갈텐데, 무상급식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무상보육을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나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상급식만 해도 나라가 망하는데, 무상보육하다가 나라를 두 번 망하게 할 셈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그리고 한나라당의 복지정책에 대한 논리가 무엇인지. 일관된 기조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니 이해하기도 어렵고 신뢰도 가지 않는다. 결국 복지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왔다갔다 하고 있다는 의심밖에 안든다. 그러니 무상급식은 반대하면서 무상보육은 하자고 하는 모순적 주장이 생겨나는 것 아닌가.
황 원내대표와 한나라당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모순된 복지정책을 덜컥 내놓을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국민에게 정책의 진정성을 전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을 먼저 찾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황 원내대표가 다시 든 무상보육의 깃발이 언제 또 다시 없었던 얘기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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