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임식을 갖고 서울시청을 떠났다. 그는 이임사에서 "후회는 없다“며 ”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변했다. 오 전 시장의 이임사를 듣노라면 주민투표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무슨 거룩한 행동을 하다가 희생당해 일시 퇴장하는 사람의 모습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사진=유성호
게다가 일부 언론은 그를 향해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불러주기도 한다. 내년 총선 출마 혹은 대선에서의 역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언론도 있다. 지금은 물러나지만 장차 보수의 아이콘으로 정치적 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실려있는 특별한 배려이다.
과연 오 전 시장은 정치적 재기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오 전 시장 개인으로서야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와신상담하며 이후를 기약하려 할 것이다. 적절한 기회에 정치에 복귀하여 차차기 대선에서 꿈을 펼쳐보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부질없는 욕심일 뿐이다. 오 전 시장의 희망이 무엇이든간에, 그가 정치적 재기를 시도하든 말든, 그러한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은 실추된 대중적 이미지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 과정을 거치면서 최소한의 합리성도 상실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 개인의 정치적 입지 확보에 매달리며 무리하게 주민투표를 추진하다보니 객관적으로 이해받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졌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조차도 그에게 세 번이나 농락당했다고 했을까. 과거 상대적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갖고 서울시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오 전 시장은,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비이성적이고 무모한 어떤 행위도 서슴지않는 정치인으로 굳어져버린 것이다. 물론 되지도 않을 일에 정치생명을 건 정치적 판단능력과 자질에 대한 의문도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그의 정치적 재기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이같은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이 될 것이다.
그의 정치적 재기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여권 내에서의 정치적 입지가 사라져버렸고,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결론은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이미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한데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어떻게 개인의 명예만 중요하냐. 오 시장이 당이나 국가를 도외시하고 자기 모양만 중요시한다"는 홍 대표의 비난은 이미 한나라당 전반에 공유되어 있는 인식이다. 개인을 위해 여권 전체를 수렁 속에 몰아놓은 행동에 대한 분개인 것이다.
여당 내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질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그의 정치적 기반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라는 것이 혼자하는 것이 아니고 조직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그는 앞으로 정치를 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 전 시장의 정치적 가능성을 남겨주려는 일부 언론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그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그는 무리한 주민투표에 집착하면서 대중과 여당 모두로부터 신뢰를 상실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주민투표 직전 시장직 연계 입장을 밝히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해도 더 이상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대로 오 전 시장은 그냥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에게 주어지는 결말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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