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가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 "국회의원과 다르게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며 "결심이 서면 직접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말이라면 결심을 어느 정도 굳혀가고 있다고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언론들은 그의 출마 움직임을 일제히 크게 보도하며 서울시장 보선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이미 서울시장 보선의 한복판에 서있는 모습이다.
안철수는 훌륭한 인물, 하지만...
평소 안 교수를 좋아했던 사람들 가운데 그의 출마설을 반기는 사람들도 많다. 안 교수처럼 깨끗하고 신망있으며 능력도 있는 사람이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반응일 것이다. 안철수 교수 (사진=유성호)
사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안 교수의 능력, 철학, 사람의 됨됨이 등을 돌아볼 때 우리 사회에서 그만한 인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처럼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과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 서울시장이라는 중책에 도전한다면 사실 성원을 보내야할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안 교수의 출마가 가져올 상황이 어떠한 것인가를 이미 충분히 내다볼 수 있기에, 그의 출마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크게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의 출마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세력보다 급한 일, 2012년 정권교체
여도 야도 신뢰할 수 없다는, 그래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그의 입장은 원론적으로는 공감할 수 있다. 기성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기존 정치질서의 극복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출마에 성원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급한 일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질서 전체를 해체시키거나 극복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 정치의 중장기적 과제로 자리하고 있지만, 지금의 시기에는 그보다 훨씬 긴급하고 절박한 과제가 놓여있다.
그것은 다가오는 2012년에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 일이다. 그래야 과거로 회귀했던 우리 역사의 시계바늘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정치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안 교수는 이 정권교체의 절박성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난 3년반 동안의 현실에 분노한 많은 국민들은 그렇게 간절히 생각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안 교수가 서울시장 보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정권교체의 기대와 희망에 난기류를 몰고 올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안철수의 3자 대결구도로 진행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이, 친야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과 중도층이 대거 안철수 지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한나라당 지지층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 속에서 결속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결국 안 교수의 출마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고, 이는 한나라당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교수가 당선된다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소속 후보로서 야당후보와 표를 나눠갖는 상황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는 그리 낙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다. 결국 안 교수의 출마는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이고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까지 흔들어놓는 결과를 낳을텐데, 유감스러운 것은 그 변화의 의미가 지극히 부정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야권의 힘을 한데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안 교수의 출마는 그 힘을 더욱 쪼개놓는 결과를 낳게 되어있다.
실정의 책임을 져야할 한나라당에게 어부지리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주는 모험을 하면서까지 안 교수가 이 시기에 꼭 출마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시민운동의 얼굴격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서울시장 보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 않은가. 안 교수와 박 이사의 동질성과 차이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큰지는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기존 정치를 극복하고 새 대안세력을 모색하는 일을 일단은 박 이사의 출마에 맡겨보아도 되는 것 아닐까.
충정은 믿지만, 그의 출마를 만류한다
나는 안 교수가 출마를 생각하게 된 동기의 순수함을 신뢰하고자 한다. 그의 출마에 정치적 이유로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꺼내는 모략적인 공격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 사회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바른 역할을 하고자 하는 그의 충정을 믿는다. 그렇기에 안타깝다. 신뢰가 깊은만큼 실망의 깊이도 깊은 법. 그의 충정과는 달리 눈앞에 펼쳐질 감당못할 결과가 우려되는 것이다.
안 교수의 `희망공감 청춘콘서트'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윤여준 전 장관은 “안 교수는 기존 정치세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안 교수가 출마한다면 대안세력이 되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 교수의 출마는 결국 새로운 대안세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정치의 판을 바꾸는 일이 한 영웅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가능해지리라고 믿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 등장한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힘을 모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안 교수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한 인물이라 해도 그동안 우리 정치와 사회의 변화를 위해 땀흘려온 많은 이들의 염원을 도외시한다면 그의 도전은 성공할 수 없다. 더구나 그의 도전이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의 뜨거운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으로 이루어진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다같이 함께 죽는 길이 되고 만다.
그래서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만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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