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하여 최구식 의원이 오늘(2일) 한나라당을 자진 탈당했다. 최 의원은 오늘 디도스 공격 사건에 자신의 비서가 연루된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담은 서한을 황영철 대변인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는 얼마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자진 탈당 권유를 최 의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최 의원의 탈당으로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그의 배후 의혹이 일단락지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최 의원은 탈당을 하면서도 "제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 없다는 것은 조상과 천지신명 앞에 맹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직원을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도의적 책임“를 지고 탈당한다는 것이다. 최구식 의원 (사진= 권우성)
그러나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 의원은 10.26 서울시장 보선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선대위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 최 의원의 비서였던 공모씨가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였던 김모씨 등 한나라당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거액을 동원하며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런데도 최 의원은 지시는 커녕 알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은 최 의원이 알았느냐 여부가 아니라, 최 의원이 혹시 배후는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심을 낳고 있다.
더구나 공씨의 체포사실을 경찰로부터 보고받은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은 이를 곧바로 최 의원에게 알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공씨의 체포사실이 언론에 공개되기 하루 전에 최 의원에게 이 사실이 전해짐에 따라 이 사건의 범인들은 수사에 대비하며 말을 맞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최 의원의 역할이 어떠했을지, 여러 추측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최 의원이 한나라당을 떠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한나라당 비대위는 최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면서 그것을 ‘쇄신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애당초 쇄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최 의원이 탈당한다고 해서 진상규명이라도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의 정계은퇴라도 있게 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의 꼬리 자르기 전략, 그리고 최 의원의 자유로운 출마 시도가 절묘하게 결합된 정치쇼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최 의원이 탈당함에 따라 그에 대한 의혹이 한나라당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오리발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때 이미 써먹었던 방식이다. 그리고 최 의원으로서는 4월 총선에서의 공천탈락 걱정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무소속 출마를 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실제로 최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택할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국기문란 범죄인 디도스 공격 배후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명예회복을 내걸고 총선에 출마할지 모르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에게 필요한 것은 최구식 의원을 내보내고 이제는 되었다며 손을 터는 것이 아니다. 갈수록 의혹이 더해지고 있는 배후의 존재를 스스로 밝혀내는 일이다. 무엇하러 국민검증위원회까지 기다리며 가야하나. 오늘 아침 <조선일보>는 “디도스 공격을 실행해 구속된 IT업체 직원 황모씨에게서 주범 공모씨가 공격 당일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이 뒤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황씨는 검찰 조사에서 “공씨가 디도스 공격 지시를 내리면서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이 뒤에 있고 문제가 생기면 (그 사람이) 다 책임진다’고 독려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최 의원의 비서 공씨는 알고 있는 듯하다. 최 의원의 탈당은 꼬리자르기가 아니라,배후수사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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