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디도스 검찰수사 국민검증위원회’ 가 지난 5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검증위는 이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를 국민과 함께 검증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비대위가 검증위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한 직후부터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디도스 공격의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자체적으로 하는 조사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 수사권도 없는 검증위가 검.경 수사에서 파헤치지 못한 내용을 밝혀내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이 그것이었다.
사진= 유성호
아니나 다를까. 검증위의 여러 시도들은 계속 무산되고 있다.
검증위는 17일에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시연을 계획했으나 무산되었다. 선관위 홈페이지 환경을 만들어 실제 공격을 시연할 예정이었으나 선관위 측의 협조 거부로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선관위는 여러 공격가설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한나라당 측의 요청에 대해 "참으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로 헌법기관에 대해 사이버 테러를 자행한 사람들이 과연 어느 정당과 관련이 있는지 우리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더 나아가 "무엇보다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중앙선관위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질서를 존중해야 하는 공당의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며 앞으로도 한나라당의 자료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가 여당을 향해 이같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눈길을 끈다. 당초 계획했던 시연은 하지 못한채 선관위로부터 망신만 당한 꼴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가 하면 검증위는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며 공동 시국선언을 한 대학생들에게 의견을 들려달라며 당사로 초청했으니 역시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준석 위원장이 전국대학교총학생회모임 소속 한 대학 총학생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국선언을 한 총학들의 의견을 듣고 싶으니 한나라당사로 와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학생들은 불참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총학생회들이 요구하는 것은 '디도스 특검' 구성이고, 한나라당 자체 검증위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였다고 전총모 측은 밝혔다.
활동 초반부터 검증위의 시도가 여러 가지로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검증위는 앞으로 자체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제보받고 시민위원의 참여도 공모할 계획이다. 또 매번 회의 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려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회의 방향을 정하는 방식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증위의 이같은 활동이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나라당 검증위는 수사권한을 갖고 있는 기구도 아니며, 기술전문가들로 구성된 것도 아니다. 검찰이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서도 밝혀내지 못했던 부분을 얼마나 새로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한나라당만의 자체 조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이다. 결국 검증위 활동은 실질적인 진상규명보다는 한나라당이 진상규명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홍보적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특검에 대한 요구를 검증위로 무마시키려는 작전이라는 의심도 든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지난 9일 디도스 공격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특검법을 발의하여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당초 디도스 특검에 합의했던 한나라당은 지난 임시국회 회기중 처리에 응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로 변화하여 총선전 특검을 회피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연작전을 통해 특검의 수사 시기를 4월 총선 이후로 늦춰 선거에 미칠 타격을 줄이려는 생각 아니냐는 것이다.
특검에 대해서는 시간을 끌고 있는 한나라당이 자체 검증위 활동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태도이다. 진정으로 진상규명의 의지가 있다면 한나라당은 디도스 특검이 하루라도 빨리 실시되도록 협조하는 것이 옳다. 디도스 특검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야말로 쇄신의지의 진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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