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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천 물갈이, 쇼가 되어서는 안된다

4.11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의 공천 물갈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야는 모두 쇄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데, 여기서 공천혁명은 쇄신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 비대위는 이미 현역 의원 25% 교체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현역 의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25%는 의무적으로 탈락시킨다는 것인데, 여기에다가 경선탈락자와 전략공천지역에서의 탈락자 등을 포함하면 물갈이 폭은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위원장의 의지에 따라서는 물갈이 폭이 전체 의원의 3분의 2에 이를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공천 물갈이 행보는 일단 한나라당이 앞서가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아직 한나라당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천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호남에 지역구를 둔 김효석, 유선호, 정세균, 정동영 의원 등 중진들이 수도권 이동 출마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의 호남 물갈이 압박에 대한 선제적 대응인 동시에, 중진으로서 상황을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주통합당 내의 공천 물갈이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여야 모두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 현역 의원의 탈락이란 쇄신공천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그 자체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천에서의 쇄신이 제대로 이루어졌느냐 여부에 대한 평가는 탈락 비율을 갖고 논할 것이 아니라, 탈락시킨 자리에 얼마나 좋은 인물이 들어갔는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25%
가 아니라 50%가 넘는 현역 의원들을 탈락시켰다 해도, 탈락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물들이 그 자리에 들어간다면 그것을 갖고 쇄신공천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무능한 인물 대신, 시대정신을 읽고 능력있으며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할 때 비로소 그것을 쇄신공천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탈락 비율만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한나라당의 공천쇄신 구상은 아직 불충분한 그림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사고를 가진 인물들이 많이 들어와 한나라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인물들이 한나라당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례들이 그리 많지 않아, 현단계에서 한나라당의 공천 물갈이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에서 중요한 것은 박근혜 위원장이 친박 의원들에 대해 물갈이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 위원장이 쇄신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친박 진영 역시 많은 의원들이 물갈이의 대상이 되어야 할 낡은 인물들이라는 지적이 많다. 친박 진영 역시 쇄신의 대상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친박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선행되어야 한나라당의 쇄신공천이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가능하다.

민주통합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호남의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것은 기득권을 버린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역시 호남 지역에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공천을 받을 것인가에 따라 쇄신공천에 대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공천 물갈이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을 일시적으로 현혹하는 쇼가 되어서도 안되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유권자들은 탈락한 인물들의 자리가 어떤 인물들로 교체되는가를 보고서 자신들의 평가를 표를 통해 내릴 것이다. 공천 물갈이를 공언하고 있는 여야가 공히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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