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은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접을 것인가. 그의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새로운 몇 마디의 말이 나왔다.
안 원장은 정치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미국에서 보니 민주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면서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 (정치 참여) 고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양당이)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자신의 정치참여에 대해 회의적인 듯한 말을 했다. 언론들은 이에 대해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귀국한 안철수 원장 (사진=최지용)
안 원장의 이같은 언급은 미국을 다녀오기 이전의 발언들과는 분위기가 자못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는 지난 8일 출국하며 공항에서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정치 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으로 해석되었다.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에서 에릭 슈미트 회장과 만난 뒤 "고민을 할 때 고민이라는 단어를 쓴다"며 “지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리 정해 놓고 나서 수순을 밟기 위해 고민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설명까지 했다.
적어도 귀국 이전까지 안 원장이 했던 말들은 자신의 정치 참여에 대한 진지하고도 적극적인 고민을 드러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것은 말 그대로 ‘고민’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치인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이미 결론은 내려놓고 모양새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을 끌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안 원장은 자신이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까지 실제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크게 보도한 그의 ‘과외수업’도 열려있는 가능성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 자체가 정치 참여의 결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귀국 발언이 있었다고 해서 정치참여 여부에 대한 안 원장의 고민이 불과 며칠 사이에 부정적인 결론 쪽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안 원장의 귀국 발언은 정치참여 가능성을 부인했다기 보다는, 아직 자신이 결론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참여가 기정사실화되는 것에 대한 숨고르기 차원의 대응이라 보면 될 듯하다.
안 원장은 자신의 정치참여 여부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 고민 이외에도, 전반적인 대선정국의 흐름 속에서 판단되고 결정될 문제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안 원장에게 정치참여란 곧 대선에 뛰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하고, 하기 싫다고 해서 안할 성격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는 얘기이다다. 개인적으로야 자신이 정치라는 새로운 영역의 일을 견뎌내고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따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상황이 정말 자신의 정치참여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아는 안철수다운 고민과 판단의 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올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것 같은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지, 제가 시기를 정하거나 택할 수 없는 것 같다"는 안 원장의 대답 속에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생각이 응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결론은 대선을 앞둔 앞으로의 정치상황에 따라 내려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굳이 자신이 뛰어들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정치 참여를 안하겠지만, 한나라당이 아닌 세력으로의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이 꼭 필요하다면 뛰어들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근접한 진단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안 원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 부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 참여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범야권세력에게는 안철수 없는 대선판의 한계가 여전히 남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귀국 발언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져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의식하고 이를 진정시키려는 차원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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