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때가 되면 유력 주자들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은 늘상 있어왔다. 그 가운데는 정치인도 있을 것이고, 정치지망생도 있을 것이며, 기업인.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망라되어 있을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유망한 대선주자들과 관계를 맺거나 보험을 들어두려는 사람들이 이번에도 많을 것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그냥 넘기기는 어려운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철수 창립대회 (사진=권우성)
이름하여 나철수. '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의 줄인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철수가 ‘안철수’를 가리키고 있음을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안철수 원장의 팬클럽을 자처하는 나철수는 지난 9일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했다. 나철수의 정해훈 대표는 "지난 3일 안 원장을 만나 정치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본적인 교감을 이뤘다"면서 앞으로 "나철수가 정치세력화되면 안 원장의 영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마치 안철수 원장과의 교감 속에서 만들어진 팬클럽이라는 오해를 하게 되어있다. 그래서일까. 이미 언론들은 나철수의 창립을 크게 보도했다. 여러 방송에서 정해훈 대표를 출연시켜 그의 주장을 검증조차 없이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심지어 어떤 종편 채널은 방송은 나철수를 노사모, 박사모와 같은 반열에서 비교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나철수가 진짜 안철수 원장과 교감하는 팬클럽인 것처럼 오도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러나 나철수 사람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궤변임은 곧 드러났다. 안 원장 측에서는 "안 원장과 교감을 이뤘다"는 주장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가 안 원장과 만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순 전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안 원장이 조 전 시장을 방문했는데, 그 자리에 정 대표가 배석하고 있어 명함만 교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말해 나철수는 안 원장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안철수재단의 강인철 변호사는 “혹시 관련있는 것으로 오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 하지 않도록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말까지 했다. 안 원장 측은 나철수 등의 움직임에 대해 몹시 불편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나철수를 만든 것일까. 정 대표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목적을 굳이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손석희: 그런데 한 가지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정 대표께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전을 도우신 바가 있고요. 또 아까 말씀하신 대로 조순 전 총재의 비서실장을 하셨습니다.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뜻대로는 안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뭐 듣기에 기분 나쁘실 수도 있는데 기왕에 연결됐으니 또 그런 얘기가 돌고 있으니까 질문을 드리자면 어떤 개인의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보는 시각들도 있는 것 같아서.
정해훈 : 뭐 그거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분명히 그런 것도 있다하는 것 제가 말씀드릴 수 있고요. 더 큰 것은 그에 앞서서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져 있는 정치현실 또 사회현실을 우리가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도 이제는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되는 시기에 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그런 열망과 그 가운데에 우리 안철수 원장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본인이 빨리 당당하게 결단을 하고 이제 나와야 될 시기라고 저는 봅니다. “
정 대표는 나철수를 만든데에는 자기 개인의 정치적 목적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런데 너무도 태연하고 당당하다. 그런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투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철수는 안철수 원장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조직이다. 법적으로야 아직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사기행위와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그런데도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버젖이 방송에 나와 마치 자기들이 안철수 원장과 소통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며 국민에게 거짓을 말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같은 행위를 비판하고 추방해야 할 언론은 옥석을 가리지 못한채 이들을 안철수 팬클럽으로 대접하며 크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만 관심갖고 취재하면 나철수가 어떤 모임인지 쉽게 알 수 있었겠거늘, 언론의 기본적인 책임을 방기한 모습이었다.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는가에 대한 자괴심이 들 정도였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었길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하는 인물들이 당당하게 활개를 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철수의 이름을 팔고 있는 나철수 사람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이 너무 취약한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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