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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유령, 다시 등장한 색깔론

 4.11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다시 색깔론이 등장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에 있다는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공격이 그것이다. 

새누리당 조윤선 선대위 대변인은 26일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한 언론의 보도내용을 거론하면서 "김일성의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라고 공격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25, "경기동부연합은 2006년 북한 핵실험 당시 민주노동당이 유감 성명을 채택하려 할 때 이를 무산시켰고, 2008년 일심회 간첩단 사건 때 관련자 제명을 반대했던 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총선정국에서 경기동부연합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관악을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사퇴과정에서였다. 조중동 보수신문들은 이 대표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의 얼굴마담에 불과하며 그의 사퇴를 가로막고 있는 것도 그들이라고 주장하는 보도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그런데 이 과정이 대단히 석연치않다. 관악을에서 있었던 이정희 대표 측의 문자메시지 논란과 관련하여 경기동부연합이 언론에 등장할 아무런 계기가 없었다. 이 대표 보좌관이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과정에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조직이 조종하거나 사주했다는 아무런 사실관계도 제시된 것이 없었고, 그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막았다는 사실관계도 제시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도 순식간에 이정희 대표의 뒤에는 경기동부연합이 있고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그들의 조종을 받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보도가 일제히 등장한 것이다 

결국 문자메시지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경기동부연합 문제를 이 기회에 띄우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실려있는 공격이었다,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내용을 보면 마치 누군가가 전해준 내용을 받아쓴 것 같은 유사성이 발견된다. 그 배경에 대한 정치적 의심을 높이는 정황근거이다 

필자는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인지, 정말로 주사파라고 규정할 조직인지, 그리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에 관해 더 깊이 취재하고 알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그들에 의해 장악되어있다고 판단할 아무런 사실관계가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 조직원으로 거명된 김미희 후보(경기 성남 중원)는 기자회견에서 "경기동부연합은 이미 10여년 전에 해산돼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면서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유령단체를 만들어 색깔론을 덧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정희 대표는 "당이 보이지 않는 조직에 의해 결정이 되고 끌려간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역시 반박했다. 통합진보당 안팎에서는 경기동부연합은 과거에 존재했던 실체는 있지만, 그것은 진보정당 내에 존재할 수 있는 블록정도의 의미였다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그러니까 지금 통합진보당과 관련하여 경기동부연합이 이렇게 논란이 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경기동부연합의 실체에 대해서는 다소 견해나 해석의 차이가 발견되지만, 어떤 경우라도 지금 경기동부연합이 논란거리로 부상해야 할 아무런 사실도 발견된 것은 없다. 결국 4.11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에 색깔을 덧씌워 야권연대에 균열을 조장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보수진영이 야권연대에 민감하게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조윤선 대변인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 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릴 수 있는 의원 20명 이상이 국회에 들어온다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연대에 대한 새누리당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표현이라 생각된다.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야권연대의 성사에 따라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까지 구성할 수 있게 된 현재의 상황을 용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에 색깔을 입혀 민주통합당이 거리를 두게 만들고,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이 통합진보당에게 표를 주지 않도록 노리는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 정치사를 돌아보아도 진보정당이 세를 키워가는 상황이 되면 권력의 탄압을 통해 그것을 눌러왔던 여러 사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진보정당에게 색깔을 씌워 탄압하고 세력확장을 차단했던 것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일들이다. 통합진보당을 향해 가해지고 있는 색깔공세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색깔론이, 야권연대를 균열시키기 위해 4.11 총선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러한 색깔공세에 낡은 보수 정치세력과 보수언론 뿐 아니라 일부 진보인사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입에 담고 있는 말들이 어떤 의미의 것인가를 제대로 알고있는지 모르겠다. 경기동부연합을 둘러싼 논란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이간질시키기 위한 책략에 불과한 것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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