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이 진보정당을 추구할 것이라고? 28일 아침 <경향신문>이 최장집 교수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그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최 교수는 최근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았고 앞으로 안철수 신당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하는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최근 수습 노무사들 모임에서 '경제민주화와 노동문제'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했던 발언들을 이 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민주당보다는 분명히 진보적인 스탠스를 갖는 정당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안철수 신당이 기존 야당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다.... 신당을 통해 (진보라는 가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 정당을 건설해보는 게 희망이다."
"내가 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범위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문제이다.... 안 의원의 정치조직화든 활동이든 이런 것에서 노동문제가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안철수 신당은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추구”라는 1면 톱기사 제목을 필두로 2개면에 걸쳐 4개 꼭지의 기사로 그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 교수의 진보정당론을 기정사실화하며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까지 분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그동안 안철수하면 ‘중도’를 떠올리던 많은 사람들에게 갑작스럽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의원은 그동안 보수-진보를 넘어서는 탈진영의 정치를 말해왔고, 새누리당 지지층의 지지도 받을만큼 중도적인 정치인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향신문>의 보도를 접하고서 드는 생각은 두가지이다.
첫째, 이 신문의 과잉보도와 편집이다. 노동문제에 관심이 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리라는 성격을 감안해서 최 교수의 발언을 해석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최 교수의 발언을 이렇게 대서특필한 것은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최 교수 발언의 진의를 제대로 전달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가 노동이라는 의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맥락이 과연 안철수 신당이 노동중심성에 기반한 진보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는지는 더 확인되어야 할 부분이다, 여러 가지 점에서 <경향신문>의 기사들은 다분히 선정적인 보도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둘째, 내가 그동안 일관되게 강조해왔듯이, 안철수 신당은 사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 말의 의미는 안철수 의원은 물론이고 비중있는 한 두 사람의 생각에 따라 장차 신당의 성격이나 방향이 좌우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최 교수가 설혹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안철수 신당을 진보정당으로 전망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연구소 이사장으로서의 사견일 뿐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의 정치사회에 필요한 제3의 정당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고민과 공론화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안철수 세력 내부에서도 더 중지를 모으고 토론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향신문>의 보도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불필요한 혼란을 안겨다주는 내용의 것이었던 것 같다. 균형감을 잃은 편집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안철수 하면 중도를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진보정당론은 생뚱맞게 들리기까지 하는 것이 사실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이 문제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말한다면, 나는 신당이 진보정당을 표방하는데 대해 반대한다. 그것은 신당이 가질 수 있는 파괴력을 스스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신당은 노동의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노동중심성에 기반한 진보정당의 건설이 안철수 신당의 1차적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유의 확장성을 기반로 낡은 정치질서를 무너뜨리고, 거대한 현집권세력과 경쟁하여 정권교체를 이루고 집권하는 것. 그것이 신당의 1차적 임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향후 10~20년 사이에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것과 집권하는 일이 병립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중심성에 기반한 진보정당의 건설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존의 진보정치세력에게 맡겨둘 수밖에 없는 것이고, 거기에 안철수 신당의 승부를 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등했던 배경은 안철수의 진보성이나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의 대대적 보도는 어떤 생각 혹은 의도에서 기획된 것인지 잘 납득이 안된다. 자칫 안철수 신당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혼란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는 보도이다. 안철수 세력 내부에서 잘 정리할 문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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