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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촛불집회가 절정을 향하고 있다. 72시간 연속 촛불집회를 통해 이번 기간중 최대 규모의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6월항쟁 기념일인 이번 주 10일에는 더 큰 규모의 집회와 시위가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오마이뉴스


그러나 그 때가 절정이 될 지, 아니면 그 이후 더 큰 절정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전면에 등장한 ‘이명박 퇴진’ 요구


규모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퇴진 요구는 이미 촛불집회의 전면에 등장했다. 거리행진 내내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가 외쳐지고 있다.


어제도 그제도 거리행진의 목표지점은 청와대였다. 이제는 '고시철회와 재협상‘을 넘어 '이명박 퇴진'이 목표로 변화된 분위기이다.


지난 대선 때 그 많았던 이명박 지지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서울광장에 쏟아져 나온 이 많은 사람들은 지난 대선 때는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서울광장에 나가보면 몇 달 사이에 다시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시민의 힘이 이렇게 확인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보수정치세력이 절대적 힘을 갖게 되었던 정치구도에는 파열음이 생겨나게 되었고, 정권의 오만한 독주에 대한 견제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쇠고기 문제를 넘어 2007-8년을 거치면서 생겨난 보수독식의 정치구도를 넘어설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정권퇴진론은 너무 앞서가는 요구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목표치를 너무 높여놓으면 무리가 따르게 된다.


거리의 정치는 위정자들에게 민심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매듭은 의회민주주의와 선거민주주의의 틀 속에서 지어질 수밖에 없다.


특정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넘친다고 해서 이러한 전제를 부정한다면 우리가 성취해놓은 민주주의의 성과들이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6월항쟁을 거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했다. 선거를 통해 정치세력이 경쟁하고 정권이 교체되는 룰이 확립된 것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이념과 가치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선거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다.


선거에 의하지 않은 정권의 전복이 용인될 정도의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면, 정권의 교체는 선거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대원칙이다.


잘못된 쇠고기 협상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있고, 이를 바로잡을 책임도 이명박 정부에게 있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이명박 퇴진’을 전면에 내걸고 나서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 내부의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출발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그간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비판하지만, 몇 달만에 정권퇴진을 요구하는데는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 또한 많다.


선거에 의하지 않은 정권퇴진은 사실상의 헌정중단이라는 점에서 혼란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퇴진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민주당의 인기가 갑자기 올라가서 그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겠나. 진보정치세력이 지금 당장 국민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는가.

설혹 갑자기 정권을 잡은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정권은 또 몇 달이나 갈 수 있겠는가. 혹시 모르겠다. 그런 경우라면 대통령 보궐선거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같은 경우가 어부지리의 수확을 거두게 될지......


촛불집회 끝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문제는 시민들의 길거리 열기를 담아낼 그릇, 대안적 리더십이 부재한 현실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야당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과거 6월항쟁 때처럼 제도권밖의 진보세력이 리더십을 갖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지만, 우리 정치사회의 리더십은 실종상태이다. 지금의 상황을 질서있게 해결해나갈 대안이 부재한 상황이다. 정국의 혼돈과 표류가 장기화될 것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물론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이명박 정부에게 있다고 말하면 간단하다. 그러나 이제는 책임의 소재가 그들에게 있음을 반복해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촛불집회와 시위의 끝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어떤 과정으로 이어지든간에, 선거를 통하지 않은 정권퇴진은 새로운 국가적 악순환의 출발점이 될 위험이 크다. 일부 촛불시위대가 이명박 퇴진에 초점을 맞추며 청와대 진입에 매달리는데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우리는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국민이 무서운 줄 알도록 옐로우카드를 보여주고, 만약 앞으로도 그러면 그 때는 레드카드를 꺼내들 수 있음을 알려주면 된다.

6월 10일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서게 될 것이다. 촛불의 힘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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