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엄기영 사장의 사퇴에서 김재철 사장의 임명으로 이어지는 최근 MBC 인사를 진두지휘했던 김 이사장은 <신동아> 4월호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김재철 사장,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김 이사장이 꺼낸 말들을 들으면 정말 기가 막힌다.
김 이사장은 MBC 인사과정에서 있은 비화들을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니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다)”라고 밝혔다. 김우룡 이사장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 이사장이 말한 ‘큰집’은 도대체 어디인가. 청와대 말고는 그가 ‘큰집’이라고 부를 곳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해석이다. 결국 청와대가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도 까고 매도 때리면서 MBC 인사를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쯤되면 김우룡 이사장의 양심선언이라 할만 하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실태가 김 이사장의 말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말이다.
파문이 커지자 김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큰집’이란 표현은 방문진의 관리감독 기능과 사회 전반적인 여론 흐름을 고려해서 쓴 것”이라며 “김 사장이 인사 과정에서 방문진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아 감정이 격해져서 과장해서 얘기했다. 특정 권력기관을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이사장이 과연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감히 ‘큰집’을 거론하고 나섰을까. 김 이사장은 물론이고 김재철 사장, 그리고 청와대는 최근 MBC 인사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국민 앞에 털어놓아야 한다.
김 이사장의 ‘좌파 척결론’ 또한 충격적이다. 김우룡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의 역할을 “(MBC) 좌파 청소부”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며 “그걸로 (김 사장은) 1차적인 소임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MBC 인사를 좌파에 대한 대청소로 간주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MBC 직원들을 좌파로 간주했단 말인가.
김재철 사장을 꼭두각시 취급하는 말도 나왔다.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가 첫 번째 (사장 선임) 기준이었다”며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김재철은 (8일 인사에서) 청소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대체적인 그림은 만나서 그려줬다"라며 "사장으로 선임하자마자 바로 불러서 얘기했다. 김 사장은 내 면전에서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MBC 인사를 사실상 주도했고, 김재철 사장은 자기가 시키는대로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재철 사장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우룡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은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파문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신동아> 측은 "김우룡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얘기만 기사에 담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 이사장이 말한 것만 실었다는 의미이다.
명색이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 이사장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올 수 있는지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큰집‘이 MBC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를 때린‘ 일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사람, MBC 인사를 갖고 ’좌파를 척결했다‘고 자랑하는 사람, MBC 사장을 하수인 부리듯이 하는 사람, 어떻게 이런 사람이 방문진 이사장직을 수행할 수 있단 말인가. 한마디로 공인으로서의 기본이 안된 사람이다. 김우룡 이사장은 이번 인터뷰는 물론이고 이제까지 있었던 MBC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아울러 청와대는 김 이사장이 고백한 ‘쪼인트 까고 매를 때린’일의 진상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해왔던 방송장악의 실상이 김 이사장의 발언으로 백일하에 드러난 모습이다. 도대체 ‘큰집’은 어디인가. 그리고 ‘큰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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