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해군 초계함의 침몰 소식이 갑자기 전해졌다. 1천200 t급 초계함의 침몰 소식은 그 침몰원인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단순한 사고라면 우리 내부에서 빚어진 불행한 일이겠지만, 만약 북한군의 공격에 따른 침몰이라면 남북간에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질 무렵 아프리카 TV 방송을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TV를 통해 나오는 속보를 직접 접할 수가 없었다. 그대신 시청자들이 채팅 창을 통해 올려주는 소식들을 종합하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역시 나와 시청자들의 관심의 초점은 북한과 관련이 있는 침몰이냐 하는 점이었다.
그 시각 채팅 창에는 시청자들이 서로 전해주는 각 방송들의 속보 내용이 계속 올라왔다. 그런데 SBS가 ‘북한의 공격’으로 초계함이 침몰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이라면 남북간에 최소한 국지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어서 MBN에서도 (자막의 정확한 표현은 확인할 수 없지만) 북한의 공격에 따른 침몰이라는 식의 자막이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때 북한공격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듯한 분위기가 돌기도 했다.
사진은 침몰된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인 PCC 황천의 항해 모습 Ⓒ 해군
그러나 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보도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YTN이나 <연합뉴스> 등에서는 사고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신중한 보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마다 엇갈린 보도가 나오는 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한때 빚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시청자들에게 아직 사고원인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공격’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부에서도 그러한 맥락에서의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텐데 분위기가 그것이 아닌 듯하다면서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그리고 남북간 교전이니 전쟁이니 하는 추측성 얘기들은 올리지 않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불안하게 만드는 보도들이 다른 방송 등을 통해서도 이어졌다. 20분간 포성이 들렸다며 교전가능성을 시사하는 보도도 나왔고 (나중에 조명탄 소리였다는 수정보도가 나왔다), MBC 특보를 진행하던 김주하 앵커는 “군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초계함이 침몰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있던 북한 반잠수정 침몰시킨 듯”이라고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 밤 이러한 일련의 소식들을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한때 남북간 군사적 충돌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을 가졌을 법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와 국방부를 통해 침몰사고는 북한의 연관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것도 만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중한 표현이었을 뿐, 정부는 북한의 연관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SBS를 비롯한 일부 방송들의 보도는 대형 오보로 판명이 난 것이다. 도대체 어떠한 정보를 근거로 그같은 자막을 내보냈는지 모르겠다. ‘북한의 공격’에 따른 침몰이었을 경우 초래될 엄청난 상황을 감안하면 정말 신중했어야 할 보도였다.
확인되지않은 내용을 아무 여과없이 자막으로 내보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크게 잘못한 일이다. 이것은 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로 지나갈 것이 아니라, SBS를 비롯한 해당 방송들이 시청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해야 할 일이다. 지난 밤 자신들의 오보로 인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무슨 일이 터지면 사실 확인조차 안하고 일단 북한 연관설부터 꺼내고 보는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가 재현된 것 같아 유감이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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