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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KBS 뉴스의 오락가락 천안함 보도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언론들의 오락가락 보도도 혼란을 확산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와대와 미 국무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공격설을 유포하고 있는 조중동의 보도는 이미 언론으로서의 금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그들은 사실에 입각한 사고원인 규명보다는 이 기회에 남북대결을 부추키는데 모든 관심이 가있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드러나고 있는 KBS 뉴스의 오락가락 보도도 얘깃거리가 될만하다. KBS 9시 뉴스는 어제 (3일) 밤 ‘북한 어뢰에 의한 공격’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리포트를 4꼭지나 내보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꼭지별로 요약해 본다.

1. 대잠 초계함, 왜 잠수정 탐지 못했나?

앵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어뢰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어뢰를 탐색할 수 있는 천안함이 왜 미리 탐지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김주한 기자입니다.

기자: 초계함에 탑재된 탐지기는 소리가 나지 않는 기뢰를 찾는데는 제한적이지만 어뢰는 대부분 탐색할 수 있습니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어뢰 공격 가능성을 꼽은 군 당국의 설명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윱니다... 북한은 최근 일부 잠수함과 반잠수정에 스텔스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대북 소식통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든 어뢰 탐색에 실패해 공격을 받았다면 군 당국은 대응 능력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앵커는 외뢰공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정작 기자 리포트에서는 군당국의 설명이 납득이 안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결론은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이지만. 그러면 기자 리포트와 상관없이 위에서 앵커 멘트와 결론을 억지로 끼워놓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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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뉴스 9> 화면 Ⓒ KBS

2. 북한 잠수함 기지 4곳·잠수함은 70여 척


앵커: 이번엔 앞서 언급된 북한의 잠수함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원장 기자가 북한이 어떤 잠수함들을 운용하고 또 이들 잠수함들이 어디에 정박해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기자: ...다음으로는 잠수함 보다 크기가 작은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이 있습니다. 특히 유고급 잠수정은 얕은 수심에서 작전이 가능해 백령도 주변 사곶항에 정박해 있습니다. 지난 98년 동해로 침투하다 적발된 적도 있습니다. 반잠수정은 평소에 물 위 반쯤 잠겨 운항하다 유사시 잠수가 가능합니다.레이더 포착이 어렵고 얕은 수심에서 작전이 가능합니다. 어뢰도 2개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모두 70여 척의 잠수함을 운용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북한 잠수함에 대한 단순한 설명 자체이지만, 앞 뒤에 나가는 꼭지들로 인해 역시 북한 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되어버렀다.


3. 軍, 기뢰보다 어뢰에 무게 실은 배경은?

앵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놓고 우리 군도 외부 충격, 그 중에서도 기뢰보다는 어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송창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 천안함 침몰 초기 기뢰 충돌이 유력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지만 군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어뢰 탄두가 180kg안팎인 반면 기뢰는 폭발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확인된 충격파의 폭발력이 TNT 180kg규모인 점도 어뢰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입니다...

역시 북한 어뢰 공격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냥 분위기 잡아주는 내용이다.

4. 직격 어뢰인가? 버블 제트형 어뢰인가?

앵커: 앞서 지적된 대로, 어뢰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어떤 어뢰인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어뢰별 특성을 잘 살피면 원인 규명에 더 근접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송연 기자입니다.

기자: ... 그런데 상황발생 당시 배가 치솟았었다는 증언으로 미뤄 볼 때 기능이 강화된 음향추적형 어뢰, 즉 버블제트형 어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버블제트형 어뢰는 선체 아래에 닿기 전에 터지면서 충격파와 고압 가스거품을 발생시켜 목표물을 들어올렸다가 두 동강 내버리기 때문입니다. 군도 북한이 버블제트형 어뢰를 보유했을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그러나 어뢰 피격 가능성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은 인양작업 후 정밀조사를 통해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예 버블제트형 어뢰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끝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면서 말이다.

어제 보도된 이 네 개의 꼭지를 종합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기자들의 개별 리포트들은 막상 별 새로운 내용이 없다. 북한 어뢰나 잠수정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거나, 심지어 북한 어뢰 공격설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앵커들는 반복해서 북한 어뢰 공격 가능성이 높다고 몰고 간다. 결국 기자들의 리포트 내용과는 상관없이 위로부터의 지시에 의해 북한 어뢰 공격 쪽으로 보도 방향이 잡혀있다는 얘기가 된다.

KBS 뉴스의 이러한 보도방향은 불과 며칠전 자신들이 제기했던 ‘암초 충돌’가능성을 자진해서 뒤엎는 것이다. KBS는 지난 달 29일과 30일 9시 뉴스를 통해 천안함이 암초와 충돌해서 침몰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하여 관심을 끌었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내용이었고, 상당히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국회 답변을 통해 암초와의 충돌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힌 상태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이유인지, 국방장관조차도 가능성을 열어놓은 암초충돌설을 자진해서 거두어들이고 그대신 북한 어뢰 공격설로 올인하는 모습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KBS 뉴스가 북한 공격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를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 그리고 그에 따른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닐까.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해 오락가락 하고 있는 KBS 뉴스의 이유모를 변신을 보면서 드는 상식적인 의문이다.

(후기) 앞에 소개한 리포트에서 기자들의 이름을 일부러 그대로 놔두었다. 기자들도 자신이 리포트한 내용 하나 하나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평생 갖고 간다는 점을 함께 생각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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