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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김연아 무릎팍도사 녹화, MBC 파업의 예외?

MBC 노조의 총파업도 김연아 앞에서는 깃발을 내리고 마는 것인가. 며칠전 김연아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게스트로 출연할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현재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따라서 김연아의 출연과 녹화도 파업일정에 따라 상당기간 늦추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오늘(8일) 김연아 출연분에 대한 녹화가 끝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김연아는 어제 오후 6시간에 걸친 녹화를 마쳤다는 것이다.  평소 '무릎팍도사' 녹화는 일산 MBC 드림센터에 있는 스튜디오서 진행되지만, 어제는 김연아를 배려해서 여의도 본사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어제 녹화에서 김연아는 눈물까지 흘리며 그동안 겪었던 일들과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김연아에 대한 녹화가 진행되고 있던 같은 시간, 같은 MBC 본사에서는 전국 MBC 노조들의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었다. 바로 본사 앞에서는 출정식이 열리고 있는데 안에서는 김연아 녹화라. 아무리 게스트가 피켜퀸 김연아라 하지만 개운치가 않다. 

ⓒ 권우성

MBC 노조의 총파업이 이제 막 시작된 마당에 김연아의 출연과 녹화는 마땅히 늦추어졌어야 했다. 물론 '무릎팍도사' 제작진들로서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김연아 출연을 어렵게 성사시킨 마당에 여기서 연기를 해버리면 일이 틀어질지 모르는 상황 등이 작용했을 법하다. 그러나 설혹 김연아 출연이 무산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 파업 와중에는 녹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나라고 해서 김연아의 출연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처럼 김연아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의 얘기들을 꺼낸다는데, 많은 시청자들도 반기며 기다릴만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MBC 노조의 파업은 김연아를 만나고 싶은 우리의 기대마저도 접어두어야 할만큼 중대한 상황이다. MBC를 지킬 수 있느냐 여부를 좌우하게 될, 어쩌면 옥쇄를 각오하고 몸을 던지는 파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MBC 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모으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런 마당에 ‘무릎팍도사’의 김연아 녹화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히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는가. 자칫 할 것은 다하면서 적당히 진행하는 파업이라는 시선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천안함 사고 취재를 맡고 있는 기자들의 경우 파업을 하지 않고 계속 리포트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천안함 사고 처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감안한 예외적인 판단일 것이고, 김연아의 출연이 마찬가지로 파업의 예외가 될 긴급한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제 녹화를 마쳤으면 실제 방송이 남아있다. 아마도 최소 2회에 걸쳐 방송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바라건대 녹화는 해놓았더라도 파업의 와중에 방송까지 내보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한편으로는 파업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멀쩡히 김연아 녹화를 하고 게다가 방송까지 내보낸다면 그 파업의 진정성마저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김연아의 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연아는 MBC 파업의 예외가 되고, 그리하여 파업의 진정성이 시비거리가 되는 상황은 원하지를 않는다. 김연아가 나오는 방송은 이런 불편한 심정없이 함께 반갑게 볼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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