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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하소연 듣다 '유정현 출마'가 떠오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포스터


언제인가 고두심은 문소리를 가리켜 “천의 얼굴을 가진 동시에 얼굴이 없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개성이나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였다.

문소리는 ‘박하사탕’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순박한 첫사랑을, ‘오아시스’에서는 뇌성마비 장애인 여성을, ‘바람난 가족’에서는 바람난 유부녀를, 그리고 ‘효자동 이발사’에서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엄마역을 했다.

집회참여 때문에 CF 안들어온다는 문소리

그런 문소리가 어제 밤 KBS 2TV '상상플러스'에 김정은과 함께 출연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홍보를 위해서였다. 연기자들이 영화개봉 때만 되면 연예프로에 나와 허접한 홍보얘기들을 하는 것이 식상해 보이지만, 남다른 문소리도 그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나보다.

나이를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을 하는 문소리에게는 '진지한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어제 밤 문소리는 그 진지한 이미지의 고충을 재미있게 토로했다.

"집회현장에도 많이 나가고 나이대에 비해 엄마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어려워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집회현장에 자주 나갔던 모습 때문에 CF 에이전시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면서, "시위현장에 자주 나갔더니 연예프로에서도 연락이 잘 안 오고 '100분 토론'같은 시사프로에서 연락이 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소리는 그동안 연기자생활을 하면서도 폭넓은 사회적 활동을 해왔다. 특히 집회 시위현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한미 FTA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사자후를 토해냈다. 두 여중생 사망사건 때에는 SOFA 개정 요구 대열에 동참했다. 자신이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받은 상금을 ‘스크린쿼터 수호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1인시위에 나선 문소리를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와 천영세 의원이 격려하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가 하면 여성계의 염원이었던 호주제 폐지를 위해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고,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3보1배 고행에 동참했다.

문소리는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민주노동당을 위해 나서기도 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라디오 광고에 출연하는가 하면, 민주노동당 지지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사람들이 자신을 어려워하고 CF도 안들어온다는 '농반진반(弄半眞半)'의 얘기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CF가 안들어올 망정, 그렇게 연기활동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를 위해 목소리도 내고 발벗고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보기좋다. 연기자들의 사회적 영역을 확장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문득 유정현의 출마선언이 떠오른다

문소리 얘기를 하다가 다른 사람 얘기를 해서 안됐지만, 유정현의 경우가 떠오른다. 유정현은 4월 총선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며 최근 방송 MC 활동을 접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했다. 그의 출마를 갑작스럽고 생뚱맞게 받아들이는 반응들이 많았다. 물론 정치참여는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도전 1000곡>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유정현의 모습과 국회의원 유정현의 모습이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국회의원의 역할을 너무 근엄한 존재로, 고정적으로만 생각해서일까. 그것만은 아닌 것같다. '정치인 유정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그와 관련하여 그가 해온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에 몇차례 나타난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류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정치참여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유정현이 막상 한류사업에 대해 어떤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한류를 살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무래도 방송활동에서 얻은 인지도를 무기로 덜컥 정치에 나선다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것도 잘나가는 한나라당을 선택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방송에서 얻은 이미지만 갖고 금뱃지를 다는데 성공한 국회의원들이 막상 의정활동에서는 별다른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정현도 문소리만큼 뛰어다니다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면 아마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누구도 토를 달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했다.

연기자나 MC, 혹은 연예인의 사회적 역할을 넓히는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문소리와 유정현의 경우를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