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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이효리 뮤비에 도로교통법 적용하는 KBS

도로교통법을 가지고 뮤직비디오를 제재하는 더~러운 세상. 지금 내 입에서는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연인즉, 가수 이효리의 4집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 뮤직비디오가 KBS 심의에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효리 소속사 엠넷미디어는 ‘치티치티 뱅뱅' 뮤직비디오 가운데 이효리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트럭을 운전하고, 도로에서 춤을 추거나 걷는 장면이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KBS에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맙소사! 도로교통법이 현실이 아닌 뮤직비디오의 장면까지 규제하려 하다니. 도대체 어떤 장면인가 해서 직접 보았더니 실제로 그런 장면들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도로교통법 위반이니 방송불가라고 KBS 심의실은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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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뮤비의 세계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낡고 고루한 관념의 소산이다. 이효리 뮤비에서 안전벨트도 매지않은채 트럭운전을 하며 몸을 흔들어댄다고 해서, 도로에서 차를 막고 춤을 춘다고 해서, 도대체 누가 그것을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그조차 구분할 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MBC15세 이상, 혹은 SBS12세 이상 시청 가능 결정같은 정도로 해도 될 일이다.

그런데 KBS는 성인들조차도 시청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우리 성인들의 분별능력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효리 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KBS는 최근 비의 `너를 붙잡을 노래`, 싸이와 김장훈의 `울려줘 다시 한번`, 유승찬의 `케미스트리`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도 역시 도로 교통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문화적 상상력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마치 전두환 시절의 잣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때로는 통용되지 않는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것이 문화의 상상력인데, KBS는 그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KBS
에 묻고 싶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 나오는 불륜. 협박. 폭력은 괜찮고, 드라마 ‘아이리스’에 나오는 광화문 한복판 총격전은 괜찮고, 이효리의 도로교통법 위반만 안되는 것인가.

외국의 뮤비에서도 길거리에서 춤추는, 심지어 차 위에서 춤추는 장면은 흔히 등장한다. KBS 심의실에 아래와 같은 Pussycat Dolls의 ‘When I grow up’ 뮤비 장면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도로 한복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장면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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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미디어는 KBS의 심의 규정에 맞춘 새로운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별도로 재편집할 계획이라며, 지적받은 장면을 삭제하고 다음 주부터 방송에 무리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KBS용은 어떻게 재편집해야 할까. 내가 이 소식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농담인줄 알았더니 정말이냐”라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멘션이 왔다. “마지막에 범칙금내는 장면 추가하면 통과되지 않겠느냐.

그렇구나. 도로교통법 위반을 한 이효리에게 법대로 범칙금을 부과하는 장면을 넣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 코미디 같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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