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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받고도 무사한 대학총장 부인

<사진  연합뉴스>

잘못하면 몰인정하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부부의 사정은 딱하다.

사업하다 실패한 아들의 빚 때문에 총장 공관에서 나와도 갈 곳이 없었고, 그 사연을 들은 동문들이 모금을 해서 전세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부인 최윤희씨가 편입학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일도 그런 어려웠던 사정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식과 동떨어진 불기소 결론

그러나 사정은 사정이고 법은 법이다. 해서는 안될 부정한 행위를 하여 법을 어겼다면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따라하지 않고 사회정의가 살게 된다.

그런데 검찰은 정창영 전 총장의 부인에 대해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다.

어디 검찰의 설명을 들어보자. 3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수사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법률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받은 사실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현행법상 법 적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고 밝혔다.

"사기죄를 적용하려면 부인 최씨가 편입학시킬 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실제 치대학장을 찾아간 사실이 있고, 총장 부인으로서 (합격에 영향 미칠) 능력도 있다고 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배임수재 혐의의 경우 편입학과 관련해 최씨와 정 전 총장의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하나, 정 전 총장은 문제가 터지고 난 뒤에 알아 연결 정황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총장이 아니라 총장 부인이다. 그가 합격을 시켜줄 능력이 있었다고 인정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되지도 않을 일을, 찾아가서 실제로 청탁을 했다고 해서 사기죄 적용이 불가능한다는  해석이 납득되지 않는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입시부정은 어떻게 막나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유난히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몇 달전에 불거진, 전혀 복잡할 것 없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긴 시간을 끌어왔다. 그리고 법적용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애당초부터 정 전 총장 부인에 대한 사법처리 의지가 약했던 것으로 비쳐진다. 정 전 총장 부부의 딱한 사정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혹시 동문들의 선처 호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는 것. 선처해야 할 딱한 상황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것이 세상사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상식과 원칙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편입학청탁과 함께 2억원이라는 큰 돈을 받은 사람이 기소조차 되지 않는다면, 누가 법의 형평성을 신뢰할 수 있을까. 불기소 처분되는 대학총장 부인과, 사기죄로 처벌받는 브로커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사회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도 선처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을 것이다. 불구속 기소한 상태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기다릴 수도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학들에게 자율이 주어진다고 한다. 지금도 여러 대학들의 편입학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서도 사법적 처리를 못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대학자율 시대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은 성역인가.

교육부가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과 수도권 대학 13곳에 대한 편입학 실태 특별조사를 했더니, 모든 곳에서 석연치 않은 문제점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검찰이 정 전 총장 부인에게 불기소 결론을 내린다면, 이는 입시부정을 인정하는 것밖에는 되지않는다. 내가 몰인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