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에 대해 더 이상 글을 안쓰려고 했습니다. 포스트 조회수 올라가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중요한 문제들도 많은데 자꾸 이야기하면 좋아보이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되어 찬반논란도 뜨거운데 말입니다.
그런데 다시 한번 허경영 총재에 대해 쓰게되었습니다. 느닷없이 제 얘기가 나와버렸기 때문입니다. 허 총재가 저를 향해 '영파'(靈波)를 보내 혼내주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영파를 그 평론가에게 보내겠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알려진대로 이틀전에 MBC TV 'PD수첩'이 허 총재의 실체에 대해 방송했습니다. 방송에서는 '허경영 신드롬'에 가리워져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발했습니다.
효과를 믿기 어려운 치료를 빌미로 당원 가입을 요구하고, 정당을 수익사업에 이용하는가 하면, 국회의원 공천금을 달라는 행동이 공개되었습니다. 해석에 따라서는 위법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인기에만 주목하며 무비판적으로 '허경영 신드롬'을 부추긴 일부 미디어들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인터뷰가 마지막 부분에 들어갔습니다. 시사평론가로서 '허경영 신드롬'에 대한 저의 우려를 밝힌 짧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본 허 총재가 화가 났나봅니다.
어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관련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PD 수첩’이 방송되던 시간에 허 총재의 TV 녹화를 취재하고 있던 <스포츠 칸>의 하경헌 기자가 쓴 기사였습니다. 하 기자는 TV를 보던 허 총재의 반응을 이렇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방송에 출연해 허경영을 비판한 정치평론가를 두고는‘저 사람 이름적어 놓고 사진을 구해와라. 내가 손 좀 봐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자신의 신비한 능력을 지칭하는 ‘영파’(靈波)를 그 평론가에게 보내(혼내주)겠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 이야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꽤 높아지고, 얼굴도 상기됐다.”
여기서 나오는‘정치평론가’는 물론 저를 가리킨 것입니다. 저는 졸지에 허 총재로부터 ‘영파’를 받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반응이 기가 막혀서 'PD 수첩' 측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제작진들에게도 다 '영파'를 보내겠다고 했답니다.
'영파'를 통해 위해를 가하겠다, 그런 얘기가 되는 셈이지요.
아슬아슬한 허경영 총재의 행동
다른 사람이 제가 잘못되도록 영파를 보내겠다는데, 믿든 안믿든 기분 좋을리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보다도 허 총재 걱정을 하게 됩니다.
'PD 수첩’ 내용을 보니까 이제는 정말 아슬아슬 하더군요. 다른 문제야 도덕적인 영역의 문제라 치더라도, 공천헌금같은 것은 조금만 더나가면 사법처리감입니다. 허 총재, 요즘 뜬 것도 좋지만 자제못하면 어떤 운명이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관련해서 경찰조사도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더 나가면 곤란해질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이야기 거리를 넘어, ‘법’의 문제가 따라다니는 상황이니까 잘 판단해야할 때입니다.
'PD 수첩'은 곧 후속편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1편을 본 시청자들 가운데는 허 총재가 그동안 주장해온 경력들에 대한 검증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정책보좌관 약력, 새마을 운동과 방송통신대 설립 제안, 삼성 이병철 회장의 양자 등의 주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PD 수첩' 2편이 철저한 검증해주기를
그의 주장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허 총재의 행동은 이제 단순히 재미있다고 하며 웃어넘길 단계를 지난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PD 수첩'이 고발한 내용이었습니다. '허경영 신드롬' 뒤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PD 수첩'이 계속 밝혀주기를 기대합니다.
<스포츠 칸> 보도에 따르면 허 총재는“현재 CF 섭외가 몰리고 있으나 총선이 끝나야 출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휴대폰 광고 섭외도 왔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휴대폰 광고회사 조사 결과 지지율이 95%가 넘어서”섭외가 왔다는 이야기를 함께 했다고 하니, 이 역시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우리 정치인들도 대단한 것이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정치가 이렇게까지 희화화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빨리 밝혀질 것은 밝혀지고 매듭지어질 것은 매듭지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총선출마자는 선거일 90일전부터는 방송출연을 제한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4월 총선 출마예정자들은 이미 방송에 나오지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허 총재는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면서도 계속 케이블 TV들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PD 수첩' 때문에 방송출연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허 총재는 선거법도 초월한 위치에 있는 것인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허 총재로부터 '영파'를 받을지 모르는 저와 'PD 수첩' 제작진들이 모두 무사하기를 빌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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