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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동아일보의 아주 특별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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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IS


그렇지않아도 좋지않던 박근혜 전 대표 측과 <동아일보> 사이의 관계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오늘 아침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공천보장 희망' 리스트 파문 기사를 실었다. 어제에 이은 후속기사이다.


<동아일보> 보도에 격앙된 박근혜측


어제 <동아일보>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이명박 당선인 측에 4월 총선 공천보장 희망자 85∼90명의이름이 적힌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박 전 대표 측은 발칵 뒤집혔다.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강력한 부인과 격앙된 반응들이 이어졌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엉터리 기사'라며 <동아일보> 보도의 저의를 의심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법적 대응' 이야기까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 측과 <동아일보> 사이의 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측은 <동아일보>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여론조사 수치를 잘못 표기하여 자신들에게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었다.


경선과정 내내 박 전 대표 측에서는 <동아일보>가 이명박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심지어 경선 직후 <동아일보> 사설에서 '박근혜씨'라고 표기한데 대해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그만큼 <동아일보>에 대한 박 전 대표 측의 감정은 좋지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마당에 오늘 다시 '공천보장 희망' 리스트 후속 보도가 이어진 것이다.


동아일보, 박근혜측 항의 일축


오늘 기사를 보면 박 전 대표 측의 격앙된 반응을 일축이라도 하듯이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지난 주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에 공천 보장 희망자 88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천 요구 명단’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싣고 있다.


'확인'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이다. 그 과정까지 다음같이 '확인'해주었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측 중진 의원이 지난 주초 88명의 공천보장 희망자 명단을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중진 의원은 ‘명단에 오른 공천 보장 희망자 중 20%는 의정 활동이나 품행에 문제가있어 보이니 우리가 자체적으로 교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계파정치'라고 비판하는 반응들도 전했다.

이 당선인 측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겉으로는 계파정치나 지분을 요구하는 구태정치를 안 하겠다며 투명한 공천을 요구해 놓고 이게 뭐하는 것이냐”며 “박 전 대표는 몰랐을 것으로 보지만 측근들의 행태는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박 전 대표 측이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데 대한 반박성 기사가 되는 셈이다.


보수정치인-보수신문 사이의 이색적인 갈등


그렇지 않아도 불편하던 박 전 대표 측과 <동아일보>의 관계는 이번 보도를 통해 더욱 나빠지게 되었다.


박 전 대표 측 입장에서는 '공천보장' 리스트를 전달했다는 얘기 자체가 자신들의 도덕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보수신문들 사이의 관계같이 '진보정치인과 보수언론' , 혹은 이명박 당선인과 <한겨레> 같이  '보수정치인과 진보언론' 사이의 갈등 관계는 종종 보아왔지만, 이처럼 같은 보수색채의 정치인과 신문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도 보기드문 일이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갈등이라 할만하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특별한 전기가 없는한, 양측의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차기'를 노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동아일보>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나갈지 흥미로운 관전거리이다. 보수신문 <동아일보>의 상대가 '진보'만은 아닌 이색적인 광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