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삼성은 위기를 넘겼다. 충남 태안 원유유출 사고는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의 무리한 항해와 유조선의 대응 조처 미흡, 그러니까 '쌍방과실'로 일어났다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검찰이 양쪽 관련자들에 적용한 핵심 혐의가 '중과실'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인 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보상 제대로 받기 어려운 주민들
중과실이냐 업무상 과실이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유류오염손해배상 보장법' 제6조 때문이다. 바다오염을 일으킨 회사가 고의나 무모한 행위로 오염사고를 일으켰을 때는 그 책임에 제한이 없지만, 업무상 과실일 때는 그 책임을 제한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에 대한 중과실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피해 주민들이 사고를 낸 유조선 보험회사와 국제기금으로부터 받는 법적 보상한도는 3천억원을 넘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민사소송이 남아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선박의 무게에 따라 부과되는 30억원 정도의 법적 책임만 일단 지면 된다. 이번에 어민들이 입은 피해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을 감안하면 피해보상에는 턱없이 모자란 규모이다.
주민들은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주민들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과정이 예상되고 있다. 시간도 걸리고 결과도 알 수 없는 힘겨운 법적 공방이다. 한마디로 주민들이 피해액 전액을 보상받기는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따라 삼성은 일단 안도하고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대국민사과를 발표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 없는 사과가 주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술품 팔아서라도 주민피해 보상해주어야
이런 마당에 삼성 에버랜드 창고에서 발견된 미술품들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검팀의 압수수색 결과, 이 곳에는 수천점의 고가 미술품들이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관된 미술품들의 가치는 수천억원대, 많으면 1조원대가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일가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고가의 미술품들을 구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폭로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이제 특검의 수사로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경향신문
삼성측은 비자금으로 사들인 고가의 그림은 없다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보관되어 있던 작품들 가운데 삼성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들이 나온다면 삼성특검 수사는 급진전되고 삼성은 엄청난 도덕적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삼성은 이 고가의 미술품들을 팔아서라도 태안 사고 피해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주민들이 삼성이라는 공룡을 상대로 힘겨운 소송을 벌이지 않아도, 삼성측이 먼저 성의있는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존기반이 무너졌는데도 삼성으로부터 제대로 보상받기 어려워진 태안 주민들의 현실, 그리고 삼성 창고에서 발견된 고가의 미술품들. 우리 눈앞에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이 두 가지 장면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억울하면 소송을 통해 가리라는 법의 논리를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법 이전에 삼성이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 있다. 삼성은 창고 속의 미술품을 팔아서라도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어라. 국민정서법이 있다면 아마 그런 명령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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