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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상득 소환조사, 총선 뒤로 숨어버렸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에 대한 본격 조사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늦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5일 이 의원의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 등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수사해온 이 의원 관련 사건기록 일체를 넘겨받아, 영업정지된 프라임저축은행이 퇴출당하지 않으려고 이 의원에게 수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특수3부는 그간 이 의원실 직원계좌에서 발견된 뭉칫돈 7억원의 출처를 수사해왔으며, 합수단은 이 의원이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7억원과의 연관성을 면밀히 검토해왔다 

이상득 의원 (사진=유성호)

따라서 두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병합됨에 따라 이상득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동안 이 의원과 관련된 비리의혹이 계속 제기되는데도 대통령의 형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수사를 안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해서 검찰이 본격 수사 방침을 밝힌 조치로 해석되었다. 그래서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었고, 대통령의 형에 대한 소환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관심사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뒤 2주일이 지나도록 검찰에서는 이 의원 조사에 관한 어떤 얘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소환조사와 관련된 얘기도 아직 없다. 물론 새로운 수사팀이 사건기록들을 넘겨받아 검토하고 계좌추적을 계속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대통령의 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며 그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한 증거들을 확보한 이후에야 소환하려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의원 관련 비리의혹들이 불거진지가 벌써 수개월이 지난 상황이기에, 검찰이 또 다시 정치적 고려를 하며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정치적 고려라 하는 것은 총선일정을 말한다.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는 장면은 두말할 것 없이 여당에게는 커다란 악재이다. 만약에 혐의가 입증되어 사법처리까지 되는 상황이 되면 두말할 것도 없다. 여당의 물갈이 공천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고,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이 다시 선거전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검찰이 이상득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이같은 정치일정을 염두에 둔 고려아닌가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그런데 당장 총선은 411일에 치러진다. 그 때까지도 이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검찰의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 의원에 대한 소환을 총선 이후로 넘기려는 의도가 너무도 확연히 드러나버리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과 관련해서는 그렇게 서두르고 언론을 통해 이런 저런 얘기들을 미리 내보내던 검찰이,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이렇게까지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지 모르겠다. 레임덕이니 뭐니 해도 현직 대통령은 아직은 살아있는 권력인가 보다. 아니, 검찰이 조심하고 있는 것은 이 대통령보다도 이상득 의원 소환에 타격을 입게 될 여당인지도 모르겠다. 

이상득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와 사법처리가 아무리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 해도, 검찰의 권력형비리 수사가 그에 대한 고려 때문에 의도적으로 지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검찰은 순리대로 총선 이전이라 해도 이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총선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이상득 수사가 사라져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